[국가손배․국가폭력 피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죽음에 대한 입장문]
누가 해고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또 세상을 등졌다. 9년 동안 30명이 죽었다. 무력하고 또 무력하다. 언제까지 죽음을 지켜보고 한탄하고 가슴을 쳐야하는지 묻고 싶다.
사망한 김00 조합원은 2009년 옥쇄파업 현장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 경찰의 진압으로 구속되었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 과정에서 김00 조합원은 경찰특공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로 인해 김00 조합원은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낮에는 화물차를 운전하고 밤에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며 밤낮 가리지 않고 성실히 일을 해 왔다. 그런 김 00 조합원을 상대로 경찰은 24억원(최초청구금액기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폭력시위의 공범으로 취급해 왔다.
2009년은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에게 과거가 아니다. 과거일 수가 없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헬기소리를 듣고, 살을 파고드는 최루액을 느끼고, 테이져건, 군화발, 3단봉, 방패로 두들겨 맞던 그날을 떠올린다. 김00 조합원도 2009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억울했던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10년 한 시도 쉬지 않고 세상에 고통을 말해왔다. 김00 조합원도 10년만에 세상에 나와 청와대 앞에서 피켓도 들었다.
피해의 기억과 고통만도 버거울 해고자들에게 경찰은 24억원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진압에 동원한 헬기, 기중기, 콘테이너 등의 파손 비용뿐만 아니라 폭력을 가한 경찰의 위자료까지도 청구를 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항소심에서 비교적 소액판결을 받았던 김00 조합원원마저도 대법원 상고대상자에 포함시켰다.
김00 조합원이 죽음을 택한 데에는 쌍용자동차의 잘못이 크다. 쌍용자동차는 남은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기로 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복직대상자였던 김00 조합원은 기약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에 잘못이 있다고 해서 국가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김00 조합원은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고,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그런 김00 조합원을 상대로 경찰은 소송으로 괴롭혀 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죽음은 안 된다. 수없이 외쳤다. 누가 절박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공허하게 만들었는가. 9년이 지나서야 시작된 경찰의 진상조사의 결과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목숨을 버려야했던 그 절망에 국가는 책임이 없는가. 정부는 법의 판단이 정의롭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피해당사자들에게 말할 수 있나. 소리쳐 묻고 싶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이미 수차례 국가에 의한 쟁의권 침해, 폭력, 업무방해죄와 손배가압류 등 사법시스템을 악용한 탄압에 대해 중단하라고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주범인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노동자다. 특히 쌍용차 노동자는 이명박 정권 당시 공권력이 가진 폭력수단의 효력을 실험하는 도구 취급을 받은 국가폭력 피해자다. 피해자가 더 이상 죽지 않는 방법은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부에 요구한다. 해고노동자가 이 땅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2018년 6월 27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