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26 한겨레] 584억 청구하게 만들고 82억을 벌었다

 

▲노조파괴 전문업체 창조컨설팅이 할퀴고 간 자리에 손해배상 가압류가 남았다. 지난 23일 오전 7시께 회사로부터 5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홍종인 지회장, 양희열 부지회장이 회사 쪽에 노조 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출근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윤형중 기자

 

[토요판] 손잡고 / 손배 가압류의 현장 
(5) 창조컨설팅의 2년8개월

 

 

▶ 손잡고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손해배상과 가압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모임입니다. 한겨레는 손잡고와의 공동기획으로 매주 손배 가압류의 현장을 찾습니다. 손배 가압류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와 현장 제보 받습니다. handinhand@hani.co.kr

 

“노조를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성공보수를 주시면 노조를 없애 드리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가 작업을 한 기업들에선 노조가 와해되거나 해산됐습니다.”

 

2011년 4월28일 창조컨설팅이란 업체는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에 ‘컨설팅 제안서’를 보냈다. 프레젠테이션 문서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이들이 그동안의 성과로 제시한 사업장들이 나열돼 있었다.

 

“대림자동차는 정리해고 관련 전략수립을 지원해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온건한 지도부로 교체됐다. 연세대·동아대·영남대 의료원은 조합원의 수가 줄었고, 성애병원과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선 노조를 해산시켰다.”

 

창조컨설팅은 이 문건에서 “타 법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외기관과의 관계 형성 능력을 토대로 노동부, 경찰청, 국정원, 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협력 체제 강화,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 대한 지원 요구 가능”을 자신들의 노하우로 제시했다. 그들이 어떤 관계 형성 능력을 선보여 국가정보원, 검찰, 고용노동부, 경찰 등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정부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일까.

 

2012년 7월27일 안산의 에스제이엠(SJM) 공장에 진입해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른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뒤 국회는 9월24일 ‘산업현장 용역폭력 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 에스제이엠뿐 아니라 만도, 상신브레이크, 발레오만도, 대림자동차, 유성기업, 보쉬전장, 에이디티(ADT)캡스, 동우화인켐, 한진중공업 등의 노조 탄압을 기획 주도한 이가 창조컨설팅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해 10월16일 창조컨설팅은 법인 인가가 취소됐고, 이 회사의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는 노무사 자격이 정지됐다.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기업에서 노조를 탄압하는 방식은 비슷했다.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의 현안을 무시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다가, 반응이 없으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자극했다. 노조가 쟁의에 돌입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직장폐쇄를 하고 경비용역을 투입했다. 그사이에 회사에 고분고분한 어용노조를 설립한 뒤 노조원들을 압박해 새 노조에 가입하는 순으로 업무에 복귀시켰다. 끝까지 버티는 기존 노조원들에겐 해고와 정직 등의 중징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손해배상 가압류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해도 법적인 판결이 나오려면 짧게는 3, 4년이 걸리고, 길게는 5년이 훌쩍 넘는다. 그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민주노총이 국내 손해배상 청구 현황을 종합한 자료를 보면, 총 17개 기업에서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1691억6000만원이고, 가압류 금액이 182억8000만원이다. 이 중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사업장이 유성,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만도, 보쉬전장,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한진중공업 등 총 7개다. 이 사업장들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584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 손배 가압류 문제의 상당 부분이 창조컨설팅의 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컨설팅이 휩쓸고 간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국내 손배가압류 사업장 중의 
3분의 1이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를 기획한 곳이다 
불법적 노조파괴 행위 밝혀져도 
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 

 

직장폐쇄, 용역폭력, 손배가압류 
노조를 압박하는 무기 삼종세트 
창조컨설팅 대표는 법망 피해 
노무사 자격을 회복하고 
직원들은 다시 회사 차렸다

 

 

두번의 겨울을 허공에서 보낸 이유

 

지난 23일 아침 7시30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에선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지회장과 양희열 부지회장이 ‘노동자를 죽이겠다는 유성자본, 누가 죽나 붙어보자’는 펼침막을 들고서 출근하는 동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해고자 신분이기도 한 홍 지회장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이 세상에 드러난 2012년 이후 두번의 겨울을 허공에서 맞았다. 2012년 10월 회사 정문 앞 6m 높이의 굴다리에 올라 151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홍 지회장은 이듬해 10월에도 충북 옥천의 22m 높이의 철탑에 올라 129일을 보냈다. 두번 모두 생명을 건 투쟁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 높은 곳에 오르게 했을까.

 

“노조를 파괴한 주범을 처벌하고, 어용노조 설립을 취소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죠.”

 

유성기업 노조의 애초 요구는 쉽게 말하면 “잠 좀 자자”였다. 당시 국내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은 고질적인 밤샘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성기업의 경우 주간조가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야간조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근무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기본이지만, 잔업과 특근이 일상화돼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이 비일비재했다. 유성기업 노사는 2010년 1월13일 “2011년 1월1일부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합의서를 체결했고, 노조는 이 합의서를 근거로 특별교섭을 요구해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11차에 걸쳐 회사 쪽과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는 5월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5월1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다음날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경비들을 투입했다. 5월19일 새벽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은 차를 몰아 노동자들을 덮쳤다. 정문 앞 인도를 침범한 차는 여러 명을 치고도 쉽게 멈추지 않았다. 이 사고로 경추가 부러진 3명을 비롯해 모두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 사고를 실수에 의한 단순 뺑소니로 처리했다.

 

“그땐 몰랐죠. 회사가 이미 추진을 약속한 주간연속 2교대에 미온적이고, 공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이유를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창조컨설팅이 짠 시나리오대로 진행한 것이었어요.”

 

90일이 넘는 직장폐쇄 기간 동안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버틴 사람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해고와 정직 등의 징계와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이었다. 직장폐쇄가 진행된 석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징계와 손해배상 압박은 생각보다 강했다. 600여명의 노조원은 270여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해고 27명, 정직 69명, 견책 176명, 주의 20명이라는 대규모 징계처분을 단행했다. 회사는 조합 간부 13명에게 57억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청구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노동자들에게 1억272만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2011년 6월22일 경찰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우리가 집회신고를 낸 장소로 이동하는데 경찰이 길을 막고 우회해서 가라고 으름장을 놨어요. 법에도 없는 요구를 하는 거였죠. 그때 실랑이가 있었는데, 경찰은 바로 곤봉과 방패로 공격하며 달려들더군요. 우발적인 충돌이었죠. 하지만 경찰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 내부 문건에도 우리의 파업이 적법하단 것이 명시돼 있고, 회사가 노동자를 손배 청구로 압박하면 경찰은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함께 압박한다고 써 있었어요.”

 

홍 지회장이 언급한 문건은 아산경찰서 정보과가 작성한 ‘아산 유성기업 노조파업 관련 정보판단 및 대책’으로 2012년 9월 국회 청문회 당시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이다. 국가는 손배뿐 아니라 가압류로도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급여와 부동산 가압류가 동시에 진행됐다. 아파트가 가압류됐던 엄기한씨는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마저 가압류하는 것을 보고 정부가 지독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법의 이중잣대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2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노조가 노조원 투표를 하기 전에 집행한 ‘잔업 특근 거부’가 ‘노조원 동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쟁의’라고 판단해 회사의 57억원 손배 청구금액 중 12억1850만원을 인정했다. 반면 회사 경영진은 면죄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30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담당검사 김태견)은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를 탄압한 불법노동행위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홍 지회장은 유성지회 투쟁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유성지회의 투쟁이 사회에 덜 알려졌지만 두가지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려 현대·기아차와 수많은 부품사들이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제도의 악용으로 파괴된 노조가 재건해 다시 다수의 지위를 회복했다는 점이죠. 그런 유성이 여전히 심야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죠.”

 

 

621명 조합원이 0명이 되기까지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사업장 중에서 유성기업을 제외하면 노조를 재건한 경우는 없다. 한때 노조원 수가 2250명이 넘어 금속노조의 대표 사업장이라 불렸던 만도는 기존 노조에 해고자 3명을 포함해 90명만이 남았다. 심성목 수석부지부장은 “그나마 노조에 남은 사람들에게 회사는 결국 30억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청구했다. 회사 쪽 노조와 임금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노조를 재조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선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를 무너뜨리는 데에 톡톡히 역할을 했다. 프랑스 기업 발레오가 1999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인수해 만든 발레오전장시스템은 2008년까지 노사 갈등이 없었다. 1990년대 말 금융위기 당시 외국계 기업에 주어진 세제혜택을 10년간 누린 발레오는 2000년대 말부터 경비와 식당 업무를 외주화했고 직원들의 복지를 줄였다. 이를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노조가 2010년 2월 쟁의를 시작하자 발레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98일간의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정연재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장은 “621명의 조합원이 98일 동안 떨어져 나가 58명만이 남았다. 이마저도 회사가 손배 26억원을 던지며 협박하자 30명이 이탈하고, 남은 28명은 해고됐다”고 말했다. 직원 신분의 노조원이 한명도 남지 않은 발레오 사업장에 최근 금속노조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 지회장은 “회사가 통상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성과상여제를 만들고, 어용노조가 그걸 수용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이번 일은 민주노조가 사라지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대구의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 58일간의 직장폐쇄 끝에 노조가 와해됐고, 해고자 5명을 포함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회사는 남은 해고자 5명에게 손해배상 10억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2012년 1월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듬해 4월 법원은 회사 쪽의 직장폐쇄가 부당하다며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런데 회사 쪽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함께 나왔다. 정준효 지회장은 “손실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이는 오히려 노동자들이다. 또 해고자들은 그나마 부당해고 취소 소송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직을 당한 20여명은 회사 쪽의 손배 협박으로 부당 징계를 취소하란 요구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신브레이크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직 노조 간부들의 급여 중 4억1000만원을 가압류했다. 정 지회장은 “가압류는 노조 활동에 대한 회사의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전했다.

 

충북 청원의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전장은 “손배 가압류를 철회하라”는 법원의 중재안마저 회사 쪽이 거부했다. 보쉬전장지회는 2011년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며 투쟁에 나섰다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다. 이화운 지회장은 “당시 성과급 관련 협의가 진행중이었고, 잔업·특근 거부는 노조가 해마다 해온 투쟁 방식이었다. 창조컨설팅이 개입된 이후 노조원 투표를 거치지 않은 잔업·특근 거부를 불법으로 몰아가 손배를 때리니까, 노조가 위축되고 징계가 남발됐다”고 전했다. 보쉬전장은 직장폐쇄 없이 징계와 손배 압박만으로도 노조원이 400여명에서 70명까지 줄었다.

 

 

창조컨설팅과 노무법인 봄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은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해 노무사 자격이 취소됐던 심종두 창조컨설팅 전 대표가 승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심 전 대표는 노무사 자격을 회복했다. 공인노무사법에 노무사징계위원회가 7명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정했지만, 심 전 대표를 징계할 때 6명으로만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것이 해당 판결의 이유였다. 경총에서 법제팀장 등을 맡으며 13년간 근무했던 심종두 전 대표는 법적인 맹점을 포착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그의 법 활용법은 우리 사회가 감시와 대책을 고민하게 만든다. 2011년 7월 시행된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노동계는 숙원사업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고, 기업들은 “노동쟁의가 늘고, 인건비가 급증할 것”이라며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심 전 대표의 눈에 ‘복수노조 허용’이란 새 법 제도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복수노조 허용 3년 만에 법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창조컨설팅은 2010년 1월부터 2년8개월 동안 23개 기업과 병원에서 82억4500만원의 자문료와 성공보수를 받았다. 그리고 584억원의 손배 가압류를 노동자들에게 남겼다. 그런 창조컨설팅이 받은 처벌은 법인인가 취소뿐이고, 그 업체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이주형, 전지영, 장유경 노무사는 2012년 10월 법무법인 봄을 설립해 각각 대표, 부대표, 노사혁신팀장을 맡고 있다.

 

아산/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485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