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등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이 손을 잡고 만든 사회적 기구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공식 출범했다.
손잡고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2층 이벤트홀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어 노동조합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각계각층이 모여 손을 잡아 함께 풀어가자고 밝혔다.
손잡고는 손해배상·가압류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지난 1월24일 준비모임을 갖고 사업계획과 공동제안자를 모집했다. 현재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손해배상·가압류 피해자 지원을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손잡고는 손해배상·가압류, 업무방해죄와 관련한 피해자들을 지원한다. 또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 및 사례를 기록해 기고, 토론회, 공청회 등 사회적 의제 활동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사회연대은행을 만들고 손해배상·가압류 관련 사회적 모금 운동을 진행하며 플래시몹을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을 공동으로 시작한다.
손해배상·가압류, 일반 노조원까지 무차별로 남발
이날 출범식에서 손잡고는 손해배상·가압류가 이제는 노조 간부 뿐 아니라 일반 노조원과 시민들에게까지 무차별로 남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코레일의 경우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대체인력 투입비용을 손해배상에 청구했으며, 홍익대의 경우 청소 노동자들에게 회사 쪽 직원들의 식대와 술값까지 청구하는 등 상식의 선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남발되고 있다.
손잡고는 “기업은 실제 손해를 보상받는 것은 물론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손해배상·가압류를 남용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압박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관계는 물론 가정이 파괴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잡고는 또 “노동조합의 쟁의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민사상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유독 우리나라의 자본과 국가만이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노동조합의 존재를 말살하고, 그 가족들의 삶까지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잡고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2014년을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 만들기의 원년으로 만들어 보자.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보자”면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노동인권과 민주주의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보자”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2014년 1월 현재, 손해배상·가압류 금액 1천억원 넘어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같은 해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도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고발로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서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며 크레인 위에서 목을 매 숨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손해배상·가압류는 노동자들의 목을 조이고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금속노조 KEC 156억 △한진중공업 158억 △현대차 255억 △MBC 195억 △철도노조 267억(변제액 제외하고도) △쌍용자동차 47억 등 2014년 1월 현재 손해배상·가압류는 이미 천 억원을 넘고 있다.
기업 뿐 아니라 경찰이 직접 노동조합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은 유성기업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를 신청해 노조원의 임금과 해고자의 퇴직금이 집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는 쌍용차 사태 당시 진압에 투입됐던 경찰 헬기 수리비까지 청구했다.
현재 손잡고 모임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변영주 영화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우석훈 경제학자, 권영국, 변호사, 만화가 강풀, 소설가 공지영 등이 공동 제안자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