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터뜨린 쌍용차 복직대기자 "떳떳하게 일하고파"
[현장] 쌍용차 46명 보직대기자 정상화 위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재활동 선포
강연주 기자 play224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5631
▲ 21일 오전 11시 40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차 46명의 복직대기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한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시민사회선언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쌍용차 복직대기자 장준호 조합원이 울고 있다. ⓒ 강연주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피켓 뒤로 얼굴을 숨겼지만 떨리는 어깨를 가리진 못했다. 결국 모두가 떠난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는 올해 1월 6일 복직이 예정됐던 쌍용자동차 복직대기자(해고노동자), 장준호씨다.
"1월 7일 출근해 오늘(21일)까지 회사에 있다가 왔습니다. (중략) 누구는 그럽니다. 임금의 70%를 준다는데 왜 싸우느냐고. 저희는 그거 바라지 않습니다. 저희 46명의 동지는 떳떳하게 일하고, 떳떳하게 100% 임금을 받고자 이렇게 버티는 겁니다."
쌍용자동차는 2018년 9월 21일 노노사정(쌍용차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통해 2009년 정리해고된 노동자 119명을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합의에 따라 2019년 1월 1일 71명이 우선 복직했으며, 마지막 남은 46명의 노동자도 그해 7월 1일 재입사해 무급 휴직하다 올해 1월 6일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측은 12월 24일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복직대기자들을 현장 배치하지 않고 통상임금의 70%를 받는 '유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현재 장준호씨를 포함한 46명의 복직대기자는 지난 7일부터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공장 내부에서 '출근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출근이 아닌 '투쟁'인 이유는 사측이 통보한 '무기한 휴직 결정' 때문이다. 이들 46명은 복직을 앞두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제대로 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업복이나 사원증마저도 받지 못했다.
"이번 파기는 법적으로 무효이자 부당행위"
"지금도 계속 싸우고 있는데 글쎄요. 생계문제 때문에 언제까지 싸울 수 있을지. 비관적인 것도 조금은 있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그러면 이런 것도(분노나 서러운 마음 같은 게) 사그라들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복직대기자 송재환씨의 말이다.
21일, 복직대기자들을 포함해 노동, 법률, 시민사회, 종교단체 대표자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께 긴급 대표자회의를 연 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 사회적합의 이행 촉구 긴급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다시 쌍용차와의 투쟁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 21일 오전 11시 40분,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쌍용차 46명의 복직대기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한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시민사회선언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쌍용차 복직대기자 장준호 조합원이 울고 있다. ⓒ 강연주
당시 노노사정 합의 주체였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사노위 위원장은 (2018년 노노사정 합의 당시) 촛불정부가 이런 것이라면서 자화자찬했다"며 "그런데 지난 2019년 12월 24일 합의 파기에 대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임금 70% 준다는데 좀 참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오히려 이 합의에 책임 있는 정부가 우리 동지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말을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정부가 도대체 어디에 서 있는지 너무나 분노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지금 합의(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합의)는 노노사정 사 주체가 모여서 한 합의입니다. 지금처럼 회사와 기업노조 둘이서 얘기해 깰 수 있는 합의가 아니라는 겁니다. 합의 내용을 변경하려면 사 주체가 모여서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합니다. 개인 노동자의 의견도 반영해야 합니다. (중략) 이런 파기는 법적으로도 전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는 무효이자 부당행위입니다."
송상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노노사정 합의를 깬 사측을 비판했다. 송 사무총장은 "이번 파기는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어긴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정부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며 "만일 정부가 이 합의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누구보다 분노하고 (이 사안에 대해) 책임져야 할 주체가 정부"라고 비판했다.
합의 해놓고 나몰라라 하는 정부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도 "(쌍용차 투쟁) 10년간 30여 명이 죽었고, 지금까지도 상당수의 복직대기자들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 이런 것을 또 그대로 방치해 어떻게 또 죽음으로 이어질지 두렵다"며 "정부는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경사노위에만 떠넘기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쌍용차 복직대기자들은 공장 내부에서 출근 투쟁을 지속하며 사측 임직원들과의 면담을 지속해오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와 이시욱 경사노위 대협국장, 김득중 쌍용차노조 지부장(복직대기자) 등 6명이 참석한 '쌍용차 상생발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설 연휴 이후 사측과 재논의 예정
▲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의 "눈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2019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복직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에게 현재 투쟁 진행 상황에 관해 묻자, 그는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여 년 만에 회사에 갔을 때 익숙했던 공장이 참 낯설게 느껴졌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동료들이 찾아와 격려해주고 공감해줘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열린 회의에 대해 김 지부장은 "회의에 가기 전까지는 낙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서 배치가 처음으로 언급됐고 방법을 찾아 설 이후에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했다"며 희망을 보였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21일을 기점으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재활동을 선포했다. 복직대기자들의 빠른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평택공장 앞 촛불 문화제를 시작으로 "설 지난 이후 매주 1회 고정적으로 평택 공장 정문 앞에서 진행할 것"이며 "오는 2월 3일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