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경향신문]노동자 목숨 뺏는 손배·가압류…시민단체 “현행법의 쟁의행위 개념은 너무 협소” 노동계 “손세액 엄밀히 산정해야” 경영계 “손배 청구 제한은 안 돼”

노동자 목숨 뺏는 손배·가압류…시민단체 “현행법의 쟁의행위 개념은 너무 협소” 노동계 “손세액 엄밀히 산정해야” 경영계 “손배 청구 제한은 안 돼”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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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232107005&code=940702#csidx6912717372ebd1a9475ce343ceedd34 

 

노사정 참여 ‘손배·가압류 관련 노조법 개정’ 토론회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씨는 퇴직금 가압류와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액에 짓눌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의 최강서씨 역시 2012년 “손해배상 철회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손배·가압류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됐지만,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현재진행형이다. 23일 시민단체 ‘손잡고’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정부나 회사가 노동자를 상대로 청구한 손배·가압류는 총 58건으로, 청구금액은 658억원, 가압류는 18억원에 달한다.

이날 국회에서는 손잡고와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한 ‘손배·가압류 관련 노조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송영섭 손잡고 변호사는 현행법의 쟁의행위 개념이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임금·근로시간·복지와 관련된 파업만 ‘정당한 노동쟁의’로 규정하고 정리해고·민영화 반대 파업,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의 원청 상대 파업 등은 불법으로 바라보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손해배상액 역시 조합원 수 등에 따라 상한을 제한하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노조의 조합원 수 규모에 따라 손해배상액 상한을 두고 있다. 5000명 미만인 노조에 물릴 수 있는 손해배상 최고액은 1만파운드(약 1480만원)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청구금액을 엄밀히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적법파업으로 손해가 60이 발생하고, 불법파업으로 80의 손해가 발생했을 때, 합법 파업에 해당하는 부분인 60의 손해까지 배상하라는 것은 파업 자체를 처벌하는 의미와 같다”고 했다. 사업주가 헌법상 권리인 파업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갈등이 발생하면 노사 당사자는 교섭이나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 소송제기 등 법원이나 국가 공권력을 통해 해소하려는 경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법 개정안은 노사의 결정에 맡길 부분에 입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