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21 매일노동뉴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 손배청구는 철회돼야 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 손배청구는 철회돼야 한다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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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2015년 12월 쌍용자동차 노노사 합의가 있었다. 상호 간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 사건이 종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복직문제도, 손해배상 등 다른 문제도 해결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노동조합은 사측과 수십 차례 교섭하면서 1인 시위·천막농성·단식·인도 원정투쟁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래도 상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올해 7월 고 김주중 조합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활고와 차일피일 미뤄지는 복직에 절망감이 컸다고 한다. 또다시 대한문에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노노사정은 9월 해고자 전원복직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서에 복직시한을 명시했고, 국가(경제사회노동위원회) 또한 합의 당사자로 나선 만큼 이번에는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것은 국가가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다. 국가는 고 김주중 조합원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에게 16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대부분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농성 진압 당시 파손된 헬기와 크레인 수리비용이다.

그런데 만약 진압 자체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다면, 노동자들에게 배상책임이 있을까.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농성 과정에서 있었던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에 대해 2018년 2월1일부터 같은해 8월27일까지 진상조사를 했고, 당시 공권력 투입은 정당한 경찰력 행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가 파업권과 같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헌법 37조2항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해야 한다. 제한을 하게 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관련 법규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 사건에서는 그러한 기본적인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진상조사위 조사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기관인 경찰이 공장 봉쇄와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조치에 개입하고, 사측 경비용역ㆍ구사대 폭력행위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함께 폭행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보다 시민 인권을 옹호해야 할 경찰이 이와 같이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경찰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ㆍ다목적발사기를 이 사건에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지시했음에도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이 이를 무시했던 점도 드러났다. 유통기한이 5년 이상 지난, 20만리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유독성 최루액이 파업 참가자들의 몸에 뿌려졌다. 헬기에서의 최루액 살포와 저공비행을 통한 공포감 조성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항공운영규칙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법한 방식이었다. 강제진압 때 저항을 포기한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점도 명백해졌다.

이와 같은 점을 노동자들이 소송에서 주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배척하고,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국가에 11억7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만약 판결이 이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노동자들이 배상할 금액은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20억원이 넘게 된다. 경찰청 스스로가 재조사를 통해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음을 인정한 만큼 법원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취하하는 것이 답이다. 진상조사위 역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정식으로 권고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전 정부에서 노동자·시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과 세월호 집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소를 취하했다. 정치권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소송들을 ‘괴롭힘소송’으로 규정짓고,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손해배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쌍용차 사건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해고노동자들이 전원 복직하고 모든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는 그날까지 아낌없는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장석우  labor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