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복직, 10년 만에 이룬다
합의안 발표, 내년 상반기까지 100퍼센트 복직
정현진 기자
원문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80
쌍용차 해고자 가운데 남은 119명이 모두 공장으로 돌아간다.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은 14일 서울 종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2019년 상반기까지 모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그대로 이행된다면, 쌍용차 해고자들은 2009년 6월 8일 2646명 정리해고 통보 뒤 꼭 10년 만에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쌍용차는 지난 2015년에도 전원 복직에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아 큰 사회적 문제가 됐으며, 이번 새 합의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보완 사항들이 반영됐다.
이번 합의 발표에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홍봉석 쌍용차 노조위원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참석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복직대상 해고자 119명 가운데 60퍼센트를 2018년 말까지, 40퍼센트를 내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며, “2019년 상반기 대상자 가운데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대상자는 2019년 7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뒤 이후 부서배치를 완료”한다.
무급휴직자에 대한 처우 등 제반 사항은 앞서 시행한 사례에 따르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교육, 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회사를 직접 상대로 한 2009년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된 모든 집회, 농성을 중단하고 관련 시설물을 자진 철거하며, 회사가 합의를 이행하는 한 앞으로 관련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 부담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앞으로 이번 합의에 따른 세부실행계획 점검은 노사정 대표가 참석하는 ‘쌍용차 상생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한다.
9월 14일 오전,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노노사정 당사자들이 합의안을 발표했다. ⓒ정현진 기자
“가장 긴 밤을 지내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합의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득중 지부장은 논의 과정의 어려움에도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합의 주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해고자 복직 외에 국가 손해배상 청구 철회 등 남은 과제 해결과 회사의 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봉석 노조위원장은 “너무 늦은 합의에 죄송하다. 해고자 동지들 너무 수고 많으셨다. 임기 안에 최종 복직을 이루겠다는 뜻이 이뤄져 기쁘고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밝히고, “10년의 불신이 한 번에 해소되지 않겠지만 이번 합의가 서로의 신뢰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정부도 사회적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방안을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최종식 사장은 쌍용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그럼에도 내년 상반기 복직에 합의했다고 강조하고, “어려움에 처한 쌍용차 미래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 해고자 복직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15년 복직합의에서는 복직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고 그 뒤로 지연된 것은 회사 운영 상황에 근거하기 때문이며, 여건이 상당히 어려워졌고 복직 계획에도 차질을 빚었다며, “앞으로도 시장 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신차 개발이나 판매 여건을 고려할 때, 100퍼센트 복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무엇보다 해고자들의 가족들이 지난 10년간 겪은 노고에 정부를 대신해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문 위원장은 이 자리는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노사간 공감과 정부의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쌍용차는 국민의 쌍용차가 되어야 한다. 2009년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도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합의 뒤 복직자들의 무급휴직 기간 지원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복직자들의 생계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경기도와 함께 논의하겠다.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 발표 뒤, 대한문 앞 김주중 조합원을 비롯한 쌍용차 사건 희생자 30명의 영정 앞에 꽃과 합의문을 놓았다. ⓒ정현진 기자
합의 발표에 이어 대한문 시민분향소 앞에서는 쌍용차지부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쌍용차 해고자와 각계 연대 단체,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김득중 지부장은 먼저 노조원들과 연대 시민, 단체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 자리는 긴 투쟁의 한 단계를 끝내고 다시 무엇을 준비하는 자리”라며, “그동안 우리가 연대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오래 또 외롭게 싸우는 이들과 연대하고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이 합의는 최고의 합의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라며, “복직 외에 쌍용차 사건은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가 많다.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의 사과, 정부의 손배가압류,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해 지부는 끊임없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10년의 싸움으로 무리한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게 됐다. 앞으로 이 싸움으로 인해 국가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는 9월 19일, 대한문 앞에서 시민들과 최종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복직합의 발표 뒤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쌍용차지부와 연대 단체들. ⓒ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