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 연합뉴스] 文대통령에 쓴 미싱사 편지…"200만원 벌려고 14시간 노동"

文대통령에 쓴 미싱사 편지…"200만원 벌려고 14시간 노동"

문다영 기자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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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노동자 여전히 장시간 노동…근로기준법 개정해야"

청계피복노조, 전태일 50주기 행사…`전태일 3법' 입법 촉구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행사 준비위원회 기자회견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행사 준비위원회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청계피복노조 후신인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들과 전 청계피복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1 zero@yna.co.kr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37년 경력의 미싱사가 한 달에 200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14시간 노동을 합니다."

11일 준비해 온 글을 읽는 홍은희(52)씨의 단단한 손에는 가위 자국이 남긴 흉터가 있었다. 1984년 16살의 어린 나이에 동대문의 봉제공장에서 시다일을 시작한 홍씨는 지금도 신당동의 작은 봉제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미싱사로 일한다.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 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리고 여전히 많은 영세 봉제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음을 알렸다.

청계피복노동조합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부당한 노동정책에 분신으로 항거한 후, 어머니 이소선 씨와 바보회·삼동회 동료들이 전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그해 11월 27일 만든 노동조합이다. 이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로 바뀌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60살을 훌쩍 넘긴 옛 청계피복노조 여성 조합원이 다수 참석했다. 이 중 지금까지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홍씨가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홍씨는 본인을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한다. 토요일도 저녁까지 일해 법정 노동시간을 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8명이 작업해) 노동자가 5명이 넘으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장이 영세하고 사장도 일하니 사장에게 따지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전태일 선배가 일했던 때처럼 사장이나 관청이 강제로 일을 시키지 않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옷감에서 나오는 먼지로 기관지병을 달고 살아도 산재보험 신청은 꿈도 못 꾸며 열여섯 살 때부터 뼈가 휘도록 일했지만 퇴직금은 언감생심"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직원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게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전태일 3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홍씨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공장에 젊은이들이 일하러 오겠냐"며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일자리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에게 부치려던 편지를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라며 편지를 맺었다.

화섬식품노조는 청계피복노조 설립일인 11월 27일을 '봉제인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이수호 위원장

발언하는 이수호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마지막 전태일 50주기 수요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11 uwg806@yna.co.kr


이날 현장에서는 노동권 행사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또는 가압류가 제기돼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시민모임인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와 마트온라인배송 노동자, 알바노조 조합원 등이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태일 평전을 낭독했다.

알바노조는 "임대차계약서만 있으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어 사장들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조차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다"며 "사장들이 근로기준법 교육을 받아야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