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참여와혁신] 전태일다리에서의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대단원

전태일다리에서의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대단원

강한님 기자

원문보기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883

 

29·30·31·32차 캠페인 동시 진행
“처음에는 누가 나서줄까 걱정도 했지만, 오늘도 4개 단체가 와서 자신의 문제를 절절하게 외쳤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손잡을 때입니다. 직업이나 계층, 인종과 성이 문제여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전태일이 시다들에게 내밀었던 따뜻한 손을 우리가 잡아야 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내가 먼저 도우러 가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힘든 동료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전태일의 정신이고 전태일이 우리에게 남겨 놓은 것입니다. 50주기 캠페인은 오늘로 끝나지만, 전태일다리는 노동자들이 언제든 와서 호소할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캠페인에 나오신 분들께 고마운 인사드립니다.”

_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마무리 발언 중에서.

매주 수요일 전태일다리에서 열렸던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이번 주 중에 마친다. 오는 11월 13일 전태일 50주기 추도식 전까지만 캠페인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11월 11일 11시에 진행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는 ▲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잡고(대표 배춘환, 이하 손잡고)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 이하 온라인배송지회)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위원장 신정웅, 이하 알바노조) ▲청계피복노조50주년추진단이 차례대로 참여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29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손잡고가 참여했다.  

 

손잡고, “손해배상가압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

그날 이후 몇 달 동안을 그는 집에 돈을 거의 가져오지 않았다. 직장에 다닐 동안에도 월급 탄 돈을 친구들 모임의 찻값이나 병든 여공들 치료비로 써버리곤 했지만, 그래도 다달이 1만 원정도의 돈은 꼬박꼬박 집에 들여놓았는데 이제는 돈을 들여오기는커녕 이 명목 저 명목으로 어머니에게서 한 푼씩 두 푼씩 애걸하다시피 하여 돈을 타가는 일이 많았다. 생기는 것은 거의 없는데 노동운동을 계속하자니 드는 돈은 갈수록 늘어갔던 것이다.

《전태일평전》(조영래 저, 1983. 아름다운 전태일) 중. p.195 

이날 제일 먼저 전태일다리에 선 손잡고는 노동자를 향한 손해배상가압류의 철폐를 촉구했다. 손해배상가압류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막는 ‘무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은 “손해배상가압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아주 야만적이고 강력한 무기다. 그리고 개인의 삶을 파괴시키기도 한다. 아직도 현장에서 노동권을 탄압하는데 사용된다”며 “아직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이 노동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도 손해배상가압류 같은 제도는 없어야 한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난 후 정부에 요구안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1일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30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처럼’ 부당한 용차계약서 찢은 온라인배송지회

50년 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듯, 온라인배송지회는 배송노동자들이 맺고 있는 불합리한 용차계약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이 대형마트와 운송사로부터 겪는 갑질은 부당한 용차계약서에 있다는 상징이다. 온라인배송지회는 이날 캠페인에서 ▲노동기본권 인정 ▲불합리한 계약서 개선 ▲중량물 제한 ▲주 5일 근무 보장 ▲산재·고용보험 적용을 요구했다.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장은 30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계약서에는 회사의 권리만 존재할 뿐, 배송노동자의 어떠한 권리도 보호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언제든 배송 기준 건수를 조정할 수 있으며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다. 운송료가 불이익하게 변경돼도 조정할 수 없다”며 “업무 중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송기사가 부담해야 하고, 고객의 클레임이 발생했을 시 계약해지될 수 있다. 특히 단체행동, 파업 뿐 아니라 노동조합 설립 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계약서에 적시해놓는 등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월 11일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31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알바노조 조합원이 《전태일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사장님! 저랑 같이 일하고 싶으시면 노동법을 공부하세요!”

알바노조는 31차 캠페인에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기준법·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노동인권교육을 받고, 노동법 준수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 하라는 주장이다. 알바노조는 “전태일 열사가 희생한 후 50년 동안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억울하고 분해서, 너무나 황당해서 등등 수많은 이유로 노동법을 배우고 또 배웠다”며 “이제는 중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만나면 최저임금 정도는 알고 있지만, 사장님들은 최저임금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신정우 알바노조 위원장은 “같은 노동법임에도 알바 노동자가 알고 있는 노동법과 사용자가 알려고 하는 노동법은 다르다”며 “법의 취지에 맞는 노동법을 사용자들이 알게 되면 저희는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알바노조는 《전태일평전》(조영래 저, 1983. 아름다운 전태일) 3부 '바보회의 조직' 서문을 낭독했다. 

노동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하며 상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필요할 경우에는
다른 사회보장 방법으로써 보충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여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11월 11일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3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홍은희 봉제 노동자가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50년 만에 대통령님께 편지를 부칩니다”

올해는 전태일 50주기임과 동시에 청계피복노조 50주년이다. 청계피복노조50주년공동행사준비위원회(화섬식품노조, 전태일재단, 청우회, 서울봉제인지회, 아름다운청년전태일기념관, 서울시중구노동자지원센터)는 이날 캠페인에서 다가오는 11월 27일 청계피복노조 50주년을 맞아 50년 전 청계피복노조 조합원을 찾는다고 알렸다.

전태일의 친구이자 삼동회 회원인 임현재 씨는 “전국 곳곳에 아직도 사장 아닌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청계피복 동지들과 모여 회상하고 고민하는 일을 지속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27일에는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11월 27일을 ‘봉제인의 날’로 제정해 비정규 영세노동자들의 연대를 기리고자 하는 뜻도 밝혔다. 신환섭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017년 6월 6일 헌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을 산업화 과정에서 헌신한 애국자라고 했지만, 여전히 우리 시대 봉제 노동자는 개수임금 노동자, 4대보험 사각지대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태일 50주기, 청계피복노조 50주년을 맞아 11월 27을 봉제인의 날로 제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싱사로 일하고 있는 홍은희 봉제 노동자는 ‘50년 만에 부치는 조합원 전태일 편지글’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낭독했다. 이 편지는 임현재 씨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다음은 편지글 중 일부다.

대통령님

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05에 소재한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 52살의 홍은희입니다. 직업은 의류 계통의 미싱사로서, 37년의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의 직장은 도심의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벗어난 중구 신당동에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공장에서는 8명이 작업하는데,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합니다. 토요일도 나와서 6시까지 일합니다. 1주일에 80시간입니다. 법정 노동시간의 두 배입니다.

열여섯 살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다였습니다. 사장이 주는 타이밍을 삼키고,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다락방에서 일했습니다. 밥도 공장 안에서 먹고, 잠도 공장 안에서 잤습니다. 일요일에도 밖에 못 나갔어요. 바른말 잘하는 동료가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사장에게 대들었다가 뺨이 터지도록 맞는 걸 보고,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습니다. 그 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분들이 바로 전태일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경제발전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대통령님 혼자에게만 미루는 건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감히 생각했습니다.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있는 일자리를 개선해 주십시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3,587,000명입니다. 교섭권 행사를 제약받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3,465,239명입니다.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2,209,343명입니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부치려던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전태일 오빠는 끝내 편지를 부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께 이 편지를 부칩니다. 민주주의의 힘을 경험해봤기에,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11월 11일 전태일동상 앞에 국화와 음료가 놓여 있다. 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50주기다. 
 

한편, 이날 캠페인이 끝난 후 모든 참가자들은 전태일이 50년 전 외쳤던 구호를 함께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