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 미디어오늘] 차기 경찰청장도 ‘쌍용차 손배 취하’ 권고 무시하나

차기 경찰청장도 ‘쌍용차 손배 취하’ 권고 무시하나

쌍용차 노동자 대상으로 한 경찰청 손해배상 청구액 25억 육박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배임 우려, 대법원 최종판단 받아봐야”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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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대법원 최종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이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의 공권력 남용을 사과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경찰 진압의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 요소를 사과하면서도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소송취하가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민갑룡 청장 사과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사과는 받았지만 그 외 국가폭력 피해자인 저희들 상대로 국가 소송은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여서 당시 지부장으로서 어떻게 설명할지 상당히 난감했다”며 “(경찰 조치는) 10년만에 복직한 노동자 임금 가압류를 해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25억에 달하는 손배소송은 진행되고 하루하루 지연 이자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7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 지부장은 “재판을 10년 가까이 하다보니 당시 상황을 복기할 수밖에 없고, 거기서 오는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고 김주중씨도 경찰의 진상조사위 조사에 성실히 임한 뒤 결국 자결했다”며 “(재판이) 지속되는 한 노동자들을 끊임 없이 트라우마와 고통으로 내모는 상황이다. 빠르게 이 손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도 국가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난해 10년 만에 국가기관 책임자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았지만 이미 30명의 희생을 치른 뒤 뒤늦은 사과였다.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치가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 소송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찰은 ‘때린 건 맞지만 가해자는 아니다’ 주장하는 것과 같다. 경찰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잘못 인정 뿐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면복권, 명예회복, 가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손배 청구 철회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김창룡 후보자가 청장이 되신다면 소 취하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 경찰의 지난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김 지부장에게 “힘내시라”고 격려를 전한 뒤 “행안위에서도 앞으로 많은 논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2019년 6월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 및 손해배상 즉각 철회 쌍용차 복직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회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김창룡 후보자는 손배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김득중 지부장 발언 이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창룡 후보자에게 “국가인권위는 대법원에 손배소 자체가 애초 위법하고 부당한 강제진압 측면이 있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걸로 알고 있다”며 김 후보자 입장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에 “저도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판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서도 “소 취하는 배임죄에 해당될 우려가 있는 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현재 2심까지 사실심리를 마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는 이번 정부 시작하면서 인권최우선의 치안행정 국정과제로 제안됐다. 권고기관 권고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재고해야 한다”며 “만약 배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 2008년 대법원에 관련 선고가 있으니 꼭 좀 참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회적 물의와 공론이 계속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직무를 처리할 때에는 국가에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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