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덕분에…11년 만에 출근합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귀환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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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연대 중요성 보여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4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정식 출근하던 중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축하 장미꽃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해고를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해고는 옵니다. 저희의 문제가 곧 여기 계신 시민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다면 우리 싸움이 옳았다는 것을 승리로써 보여드리겠습니다.”
2011년 3월 40대 초반이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제 50대가 된 김득중 지부장은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에 보답하겠다’는 그때의 약속을 10년 만에 지킬 수 있게 됐다.
쌍용차의 마지막 복직 대기자 35명이 4일 오전 작업복을 입고 출근했다. 2009년 해고된 지 10년11개월 만이다. 마지막 복직 대기자는 원래 46명이었지만 11명은 개인 사유로 휴직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2000여명이 해고되고 30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끊은 쌍용차 사태가 일단락됐다. 쌍용차 사태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선명한 구호 이외에도 시민사회 연대의 가능성을 남겼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옥쇄파업부터 삭발, 단식, 분향소 농성, 오체투지, 고공농성, 천리길 도보순례 등 복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했다. 위기 때마다 시민사회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대한문 분향소가 차려졌을 때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방문해 미사를 집전했고, 시민들의 분향 행렬이 이어졌다. 공지영 작가는 쌍용차 정리해고를 다룬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로 이들의 상황을 알렸고, 심리치유센터 ‘와락’은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품었다.
국가와 회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47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시민들이 4만7000원씩 모금하는 노란봉투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향하는 해고자들의 출근길에는 그간 받은 연대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잇따랐다.
기자회견장에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11년 만에 오늘 출근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좌절할 때마다 손을 잡아주셨던 많은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복직자 손배·가압류에 회사는 경영난…아직 안심할 수 없는 ‘쌍용차의 미래’
이날 함께 복직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민들이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우리들 각자는 고립 속에서 절망의 크기만 점점 키워가는 11년을 살았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전해준 희망이 당장의 생계를 해결해주진 못했지만 ‘당신들이 옳은 투쟁을 하고 있다’ ‘당신들이 맞다’는 위로를 줬다”고 말했다. “고마운 분들을 말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고도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평택공장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고, 그간 연대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보답의 의미로 고기를 대접했다. 2018년 말 이들보다 한발 앞서 복직했던 해고자들이 음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간난신고 끝에 찾아온 봄날이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경영난을 호소하며 2300억원 투자 약속을 철회하고 400억원만 투자하기로 했다. 경찰이 해고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빠르게 적응해 좋은 차를 만들겠다”며 “아직 100억원대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어 생각할 때마다 아찔하지만 노사와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