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 한겨레] 쌍용차 마지막 복직자들 11년만의 출근길 “차별없는 공장 만들것”

쌍용차 마지막 복직자들 11년만의 출근길 “차별없는 공장 만들것”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3529.html#csidxf6512f169050372890a9c04585e8e12 

 

[현장] 마지막 복직자 35명 출근한 날
‘마지막에 복직’ 약속한 김득중 지부장 “좋은 차 만들겠다”
김 지부장 아내 편지 “그동안 마음고생한 남편 생각하니 만감 교차해”
한상균 지부장 “더 힘든 노동자들, 시민들 위해 쌍용차 노동자들이 노력할 것”
100억원대 손배가압류·경영 악화 등으로 밝지만은 않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출근 인사를 마친 후 교육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출근 인사를 마친 후 교육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당신의 일상을 보는 게 11년만이네요.’

 

4일 아침, 밤잠을 설치고 출근길에 오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부인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아내는 11년 만에 평범하게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한 전 위원장이 평범한 출근길에 오르기까지 꼬박 10년하고도 11개월이 걸렸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운데 마지막 복직자 35명이 출근한 이날 새벽 5시30분께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은 한 전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밤을 꼬박 새고 공장 정문에 도착한 김득중 쌍용차지부장도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11년여 만에 ‘직원’ 신분으로 쌍용차 공장을 향하는 길엔 아내 배은경씨가 써준 편지도 함께 챙겼다. 편지엔 복직하는 이들에 대한 축하와 이들의 지난한 싸움에 연대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적혀 있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잡고)의 배춘환 대표가 대신 낭독한 편지에서 배씨는 지난 11년을 돌이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남편의 복직이란 꿈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항상 반드시 복직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처음이나 지금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고 누가 뭐라 해도 복직할 길이라면 온힘을 다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끝까지 함께해주신 분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 인사드리며 앞으로는 해고없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날 복직한 35명은 출근에 앞서 쌍용차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47명이 출근하기로 돼 있었지만 12명은 개인 사정으로 올해 연말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이날 복직한 조문경 조합원은 “그동안 많은 국민과 단체가 연대해 도와주었기에 비로소 오늘 첫 출근을 할 수 있게 됐다. 힘을 모아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11년 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좌절할 때 마다 손잡아주셨던 많은 국민들께 감사 드린다”며 “잘 적응해서 품질 좋은 차 만들어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복직자들은 2018년 9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타결된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 초부터 출근하기로 되어있었으나 회사는 지난해 12월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무기한 유급휴직 통보를 했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 구제 신청을 내는 등 반발했다. 결국 지난 2월 쌍용자동차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휴직 처리된 복직자들을 5월에 부서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앞으로 비정규직 등과도 차별없이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오늘의 출근은) ‘함께 살자’고 외쳤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여전히 함께 살기 위한 많은 연대에 앞장서는 첫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장 안에 있는 비정규직의 삶들을 가장 먼저 돌아보겠다. 그들과 함께 차별없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100억원대의 손배가압류 문제가 남아있는 데다 경영 상황도 좋지 않아 복직자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김득중 지부장은 “아직 100억원대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어 생각할 때마다 아찔하지만 노사와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평택/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