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9 시사인] “유성기업 〇 〇 〇 팀장입니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 기고글)

“유성기업 〇 〇 〇 팀장입니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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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지 그림

 묶음기사

“유성기업 ○○○ 팀장입니다. ‘광주와 용산에 대한 응답’ 제하 기사에 대해 반론보도를 요청드립니다.” 2019년 6월6일,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에게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처음에는 황당했다. ‘기고’에 반론보도를 해달라니? 그것도 광주와 용산을 주제로 한 글을 왜 유성기업에서 반론을 해달라는 걸까.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는 화가 났다. 경찰이 개입한 국가폭력 사례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함께 유성기업을 언급한 내용에, 유성기업이 반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응하지 않았다. 2011년 유성기업 사태에 경찰이 투입되었고, 해당 사건은 불법으로 판결난 창조컨설팅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무엇을 반론할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송영섭 손잡고 운영위원이 ‘노조 파괴’를 주제로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 대해서도 유성기업은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반론보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신문〉에 실린 활동가의 ‘말’도 문제 삼았다. 2019년 1월 발표한 ‘손배가압류 피해 실태조사’를 언급하며 피해 사례로 유성기업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유성기업은 ‘실제 가압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언중위에 제소했다. 실태조사 자료를 반박자료로 제출했다. ‘수십억원대의 갚을 수 없는 돈을 노동자에게 청구한 그 자체로 노동자들에게 낙인 등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요지였다. 해당 청구 역시 기각됐다.  

 

유성기업의 언중위 제소 2019년 54건

유성기업은 다른 기고와 기사에 대해서도 줄줄이 언중위 문을 두드렸다. 지난 2월4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성기업의 언중위 제소는 2019년 1년간 54건에 달했다. 정정보도 청구가 2건, 나머지 52건은 모두 반론보도 청구였다. 정정보도는 사실이 아님이 명확해야 하지만, 반론보도는 다른 주장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유성기업은 ‘더 잘 먹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파괴 수법은 진화해가는데 노동자들은 대처할 여력이 없다. 유성기업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처음 알려졌을 때, 회사 측은 노무법인(창조컨설팅)을 통한 정상적 노무관리인 양 굴었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의 핵심은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있다. 결국 8년이라는 긴 싸움 끝에 ‘불법’을 인정받았다. 유성기업 유시영 전 대표이사와 창조컨설팅 심종두 전 대표는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 전 대표이사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회사 돈을 사용해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원청인 현대차 임원은 재판 중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국가기관의 방관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유성기업은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양 주장한다. 언중위 제소를 통해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언중위에서 조정이 불발되면 소송도 가능하다. 유성기업은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레디앙〉을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은 유성기업의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주장에 대해 “명백히 사실과 달라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역매체는 소송비용을 부담스러워해 반론보도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 낼 창구조차 줄어든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기자들에게 미안해할 뿐이다. 2012년 이후 벌인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조만간 유시영 전 대표이사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에도 기자들은 노동자들의 취재요청서와 더불어 유성기업의 메시지도 함께 받게 될지 모른다. ‘○○○ 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