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손배청구액 1,867억,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천문학적 손배로 노조 존립이 와해되는 것은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아"
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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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을 3주 앞둔 가운데, 21대 국회가 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배가압류를 잡자!손에손을잡고(손잡고)는 25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 노동자 손배가압류를 21대 국회에서도 그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라며 “21대 국회 입성을 바라는 각 정당은 제대로 답변하라”고 말했다.
앞서 20대 국회 당시인 2017년 1월 18,일 손배가압류 개선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안)’이 제출됐으나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2018년 10월 4일 발의된 ‘국가 등의 괴롭힘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민사소송 특레법안)’ 또한 진척이 없었다.
손잡고가 발표한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2017년 상반기 기준)은 손배청구액 1,867억 원, 가압류 180억 원에 달한다.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사용된 손배가압류를 규탄했다. 지난 2013년 법원은 국가와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는 지연이자까지 붙어 그 금액이 100억 원에 달한다.
유성기업의 경우 손배가압류는 노조파괴 전략으로 사용됐다. 홍종인 유성기업아산지회 조합원은 “(2011년 직장폐쇄 당시 발견된) 항소심 문건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노조 집행부를 압박해 징계와 해고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런데도 지난해 사측이 언론에 총 54건의 정정, 반론 보도 요청을 한 것은 경악스럽다”고 전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공장 앞 도로에 ‘법원판결 이행하라’ 등의 문구를 락카로 썼다가, 회사가 5천 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됐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지회 지회장은 “외투, 전범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현행법은 지키지 않고 손배가압류를 이렇게 악용하고 있다”며 “흔히 지울 수 있는 락카칠이었음에도 도로를 새로 까는 방식으로 비용 5천 200만원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7년 아시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인권, 법률가 단체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섭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는 “손해배상에 대한 최소한의 상한 설정이 필요하다”며 “노조 유지를 위해서는 물적 토대가 필수적이나, 천문학적 액수로 인해 노조 재정이 파탄 나고 존립 자체가 와해되고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춘환 손잡고 대표 역시 “일제시대나 군사독재 시절에 노동자를 탄압하던 몽둥이가 손배가압류라는 법치의 탈을 쓰고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손배의 부당함에 세계의 석학들이 노란봉투캠페인에 동참했다. 21대 국회가 이를 이어받아 후퇴된 노동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21세기 노동자탄압의 도구인 손배가압류를 방치한다면 그 압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잡고는 각 정당에 ‘노동자 손해배상 및 가압류에 대한 각 정당 정책 및 입장 확인 질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며 오는 31일에 질의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