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마지막 남은 46명 ‘5월 복직’ 한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사측 제안에 해고자들 수용…11년 만에 투쟁 마침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11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측의 5월 복직안을 해고자들이 받아들이면서 2000여명이 해고되고 30명이 목숨을 잃은 기나긴 투쟁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25일 쌍용차 해고자들이 소속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전날부터 이어진 토론 결과, 회사의 복직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복직 대기자 46명을 5월1일부로 복직시켜 7월에 현장 배치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즉각 복직도 아닌 5월 복직과 7월 현장배치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회사의 일방적 행위이기 때문에 끝까지 투쟁하고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쌍용차 회사가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46명 전체가 현장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2009년 6월8일 쌍용차 전체 인원의 37%에 달하는 2646명 해고로 인해 야기된 투쟁도 11년 만에 일단락을 짓게 됐다. 이들의 기나긴 싸움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가정이 파괴됐으며, 쌍용차 공장을 배경으로 하던 평택시의 공동체는 와해됐다.
복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15년부터 수차례 해고자 복직 관련 노사 합의가 있었지만 좀처럼 이행되지 않았다. 2017년 상반기까지 복직을 희망하는 해고자 163명 중 복직된 사람은 37명에 불과했다.
2018년 9월 마침내 쌍용차 노사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참여하는 노·노·사·정 협의체가 해고자 119명 전원을 2019년 말까지 복직시키는 데 합의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실제로 2018년 말까지 해고자 60%의 복직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쌍용차 노사는 생산량 감소 및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나머지 복직 대기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복직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쌍용차 노사가 노·노·사·정 합의를 일방 파기한 것이다. 복직을 위해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평택시로 이사한 복직 대기자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기존 산업은행 대출의 만기연장 및 추가 대출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쌍용차가 대정부 협상의 지렛대로 해고자들의 복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나긴 투쟁은 크고 작은 연대의 경험도 남겼다. 2009년 옥쇄파업 이후 국가와 회사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제기하자 시민들의 자발적인 손해배상액 모금운동인 ‘노란봉투 캠페인’이 이어졌다. 이는 무분별한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발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10년의 투쟁은 당사자의 복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며 “부족하지만 정리해고 없는 사회,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이상 고통받고 외면당하지 않아야 하는 사회적 울림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