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1 뉴스한국] “남은 해고자 46명까지 쌍용차로…정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 이행해야”

“남은 해고자 46명까지 쌍용차로…정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 이행해야”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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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활동 마무리한 범대위 활동 재개…청와대서 1인 시위하고 평택공장서 촛불집회

2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에서 ‘쌍용차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시민사회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쌍용차 해고자 장준호 씨가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한국)

 

21일 오전 시민사회·인권·종교·법률·여성·노동단체가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회의실에서 ‘쌍용차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시민사회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이 해고자 46명의 즉각 복직을 이행하라”고 요구한 시민 2492명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해고자들의 즉각 복직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선언문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복직은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당연한 사회적 권리들을 되찾는 것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의 소중한 이들에게 자신을 되찾는 약속을 지키는 순간”이라며, “노노사정 합의를 깨고 무기한 휴직 통보를 날리는 쌍용차는 이 사회에 필요한 기업이기를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 존중을 앞세웠으나 앞선 정권에 다를 바 없는 반노동 정책이 이 모든 사태를 부르는 신호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며 문재인 정부가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9월 21일 노(금속노조 쌍용차지부)·노(쌍용차 기업노조)·사(쌍용차 사측)·정(경제사회노동위원회)은 2009년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한 노동자 119명을 순차 복직하기로 뜻을 모았다.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지 10년 만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119명 가운데 71명이 지난해 1월 1일 우선 복직해 회사로 돌아갔지만 이후 상황이 조금씩 이상하게 돌아갔다.
 

2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에서 ‘쌍용차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시민사회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46명의 복직 경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1일 복직했으나 ‘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무급 휴직 상태가 됐다.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합의문에는 2019년 12월 31일자로 부서 배치를 완료한다는 글귀가 박혀 있다. 이들 46명은 이달 6일 복직을 앞두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았다. 부서 배치 대신 통상임금의 70%를 받는 유급 휴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합의’는 불과 1년여 만에 휴지 조각이 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가 사태 해결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송상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쌍용차의 합의 파기는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불법’”이라며, “노·노·사·정 4개 주체가 모여 한 사회적 합의인데 그 합의를 깰 수 있는 주체가 도대체 누구인가. 합의를 파기할 수 없는 자가 제대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회사와 기업노조 둘이 깰 수 있는 게 아니다. 합의를 변경하려면 4개 주체가 모두 모여야 한다. 또한 개인의 근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노동자 개개인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사무총장은 “쌍용차와 기업 노조가 합의를 파기한 건 노동자와 약속을 깬 것이지만 정부와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정부가 합의 파기 과정을 몰랐다면 그 누구보다 분노하고 책임을 져야 할 주체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합의서 내용에도 ‘복직을 원활하게 하도록 지원한다’는 정부 역할이 있으나 지난달 이후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며, “정부는 2018년 9월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도 “사회적 합의를 깨는 건 믿음을 깨는 것이다. 쌍용차가 합의를 깬 데에는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며,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에서 ‘쌍용차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시민사회 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쌍용차 해고자 장준호(왼쪽에서 두 번째) 씨가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한국)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2018년 사회적 합의가 나오면서 활동을 마무리한 바 있다.

범대위는 △쌍용차의 사회적 합의 파기 대국민 사과 △마지막 해고자 46명 복직 △국가와 쌍용차의 손해배상 철회 세 가지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설 이후 매주 1회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내달 3일부터 범대위 참여 단체 대표가 차례대로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2월 초순에는 쌍용차와 한국지엠 사태를 통해 본 외국 투기자본의 문제를 살피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이 부위원장은 46명의 해고자가 회사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해고자 중 한 명인 장준호 조합원에게 작업복을 입혀줬다. 작업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장 씨는 “누구는 ‘임금의 70%를 준다는데 왜 싸우느냐’고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다. 떳떳하게 일하고 100% 급여를 받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내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기자회견이 마친 후에도 장 씨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연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훔쳤다. 참석자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그는 가까스로 감정을 추슬렀다. 그를 포함한 해고 노동자들은 이달 7일부터 매일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출근하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부서 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그들의 요구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