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3 민중의소리] ‘무기한 휴직’ 쌍용차 해고자 70% “복직 위해 직장 그만둬”, 92% “현재 내 삶 불안해”

‘무기한 휴직’ 쌍용차 해고자 70% “복직 위해 직장 그만둬”, 92% “현재 내 삶 불안해”

계속 복직을 바라는 노동자 "그간 배운 것 총동원해 일하고 싶다"

이승훈 기자 i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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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1.07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1.07ⓒ김철수 기자

 

새해가 되면 다시 회사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등 복직을 준비하다가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상당수가 최근 1년간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뒤에도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은 쌍용자동차 마지막 해고 노동자들을 대상(총 46명 중 36명 응답)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지난 10일에서 11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70% “복직 위해 직장 그만둬” 
35% “여행 다녀왔다…갈 계획이었다” 
92% “현재 내 삶, 불안정” 
70% “최근 1년 우울·불안장애 있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우울 또는 불안장애가 있었다”는 응답이 69.4%로 대기자 10명 중 7명은 정신건강에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건강 상태를 묻는 문항에 “좋다”고 답한 경우는 1명(2.8%) 뿐이었다. 36.1%는 “나쁘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연속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매우 슬펐거나 불행하다고 느꼈다”는 응답은 61.1%로 10명 중 6명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은 지난 2주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한 날이 하루도 없다”는 응답도 36.1%에 달했다. “1~2일밖에 안 된다”는 응답도 50.0%로, 86.1%가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현재 삶이 불안정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91.7%(불안정한 편이다 38.9%, 매우 불안정하다 52.8%)였다.

“복직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도 70.6%에 달했다. “가족 또는 개인 여행을 다녀왔거나 다녀올 계획이었다”는 응답은 35.3%였다. “공장 안 동료들을 만나서 복직 준비를 했다”는 응답도 32.4%로 나왔다. 

휴직 통보를 받았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해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응답은 76.5%에 달했으며, “예상하지 못했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20.6%로, 97.1%가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단 한 명만이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회사와 기업노조가 ‘무기한 휴직’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숨겨진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를 압박해 쌍용차 지원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32.4%였고, “상여금·성과급 반납 등 고통분담에 대한 현장의 불만을 복직자에게 돌리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26.5%로 나타났다. 

향후 계획을 묻는 문항에선 “노노사정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하겠다”는 응답이 88.2%, “회사를 믿고 생업을 하면서 부서배치를 기다리겠다”는 응답은 1명이었다.

쌍용차 마지막 해고자들의 2019년 월 평균 소득은 “200만원 이하”가 44.4%로 절반에 육박했다. 300만원 이상은 16.7%에 불과했다. 해고 후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이 법정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약 11년 만에 출근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07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약 11년 만에 출근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07ⓒ김철수 기자

“10년 죽지 못해 버티며 살았는데…막막해” 
“살아도 산 게 아냐, 피눈물로 말라붙었다”
 

주관식 설문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가족과의 관계, 자기 또는 가족의 심리상태 등을 더욱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해고통지서를 받았을 때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았다. 10년 동안 별말 없던 아내가 이번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나보다 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가족들 모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애들 엄마와도 떨어져 있어 이혼 직전에 와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 힘든 상태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무능한 가장으로 인하여, 벼랑 끝에 서 있는…“ 
“나는 견딜 수 있다지만, 가족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죄 지은 것 마냥 얼굴 들기가 어렵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10년간 죽지 못해 버티다시피 살아왔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부서 배치를 앞두고 주변 분들에게 인사를 받던 중, 받은 통보에 심한 충격을 넘어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에 하고 싶은 말도 남겼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은 저버리며 살지 않았다. 회사가 힘들다고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직원들을 저버린다면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입사 때부터 쌍용인이란 자부심으로 생활했고, 해고된 이후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데 나이가 든 상황에서 다른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쌍용차 복직하려고 다니던 직장도 마무리했다. 다시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모아놓은 돈도 없다. 믿을 수 있는 건 쌍용이었다. 복직하면 이전에 안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고 입사 전 자부심으로 10년간 또 그전에 배웠던 기술들을 총동원해 회사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 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하고 싶다.” 
“회사는 우릴 인질로 삼고 있지만, 신뢰를 저버린 쌍용차는 국민에게 낙인이 찍히고 있다.”
“11년 가까운 삶과 죽음의 사선을 넘어서며 살아도 산 게 아닌 지푸라기 인생을 살아왔다. 복직을 1주일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살인적이고 잔인한 기약 없는 무기한 휴직연장에 피눈물도 이젠 다 말라붙었다.” 
“사회적 합의마저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회사의 브랜드를 국민들이 어찌 신뢰할 수 있나. 회사는 입만 열면 한 가족,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 하지 않았나. 10여 년이 넘도록 사지로 내몰린 가족들을 이제는 안아야 한다. 어렵더라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경영마인드를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