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버텼는데… 쌍용차 해고자 ‘눈물의 출근 투쟁’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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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해고 노동자 중 34명, 1월 6일자 복직 합의 불구
사측 ‘무기한 휴직’ 통보에 “하루라도 일하고 싶다” 출근투쟁
“2009년 쌍용차에서 해고됐을 때 태어난 딸이 11살입니다. 해고 후 새벽부터 노가다(막노동)와 운전일을 하느라 딸에게 정을 못 붙여 너무나 미안한 아빠입니다. 어제 딸에게 ‘아빠 차 만들러 간다. 아빠가 만든 새 차 타고 못 갔던 바다 놀러가자’하니까 딸이 토끼 이빨 보이면서 좋아했습니다. 부디 일하고 싶은 저희 마음 헤아려주시고 부서배치 해 주십시오.” 7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예병태 사장을 만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 조합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46명의 ‘마지막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가운데 34명이 10년 7개월 만에 평택 쌍용차 본사로 출근했다. 하지만 사측이 통보한 ‘무기한 휴직’에 항의하는 의미로 강행한 출근이기에 사실상 ‘출근 투쟁’이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 쌍용차 본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선 조합원들은 출근을 축하하는 의미로 받은 꽃다발을 손에 들었지만 착잡한 표정이었다. 대학생 딸이 복직 축하 선물로 손수 떠 준 하얀 목도리를 멘 조문경 조합원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쳤다.
원래 46명의 노동자는 2018년 9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쌍용차 주식회사, 쌍용차 노동조합(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의 합의에 따라 지난 6일자로 복직돼야 했다. 하지만 회사와 기업노조가 지난 달 24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에 ‘휴직기간 동안 매달 통상임금 70%를 지급하는 대신, 휴직종료일은 추후 노사합의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해 1월 3일 먼저 복직한 노동자들도 기자회견 현장에 함께했다. 이들은 ‘기한없는 휴직, 현장 순환 휴직의 시작’, ‘해도 해도 너무한다! 즉각 부서배치’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사측을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본관으로 들어간 해고자들은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사측 관계자가 “(노노사정)합의 과정을 잘 알고 있고 이 상황이 마음이 아프다”고 하자 한 조합원은 “서른 명이나 죽여놓고 어디 아프단 소리가 나오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29살때인 1989년 쌍용차에 입사해 일했고 49살 때 해고돼 올해 만 60이다. 내년엔 정년을 맞는다. 하루라도 빨리 일하고 싶다. 개인끼리의 약속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예병태 사장과 약 30분간 면담을 갖기도 했다. 예 사장은 “회사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찾은 것이 여러분께 만족스럽지 못한 것 안다. 자동차 판매량이나 생산량이 늘어났을 때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노노사정(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ㆍ쌍용차 노동조합ㆍ쌍용차ㆍ경제사회노동위원) 합의에 따라 1월 부서배치를 완료하고 총체적으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말로 노동자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출근 투쟁을 이어가고 오는 9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