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없는 휴직 연장 통보받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우울한 성탄절
쌍용자동차 노사, 7월 1일 복직 노동자 47명 무급휴직 기간 연장 합의
양아라 기자 ya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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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희생자분들에게 꽃 화분을 바치고 묵념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2009년 해고 이후 10년 만에 공장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사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 내년 복직을 앞두고 있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내년 1월 2일, 10년 만에 부서 배치를 앞둔 저와 46명의 동료에게 어제 쌍용차 사측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기업노조와 사측은 지난 7월 1일 마지막 복직 예정자였던 노동자 47명의 무급휴직 기간을 연장하기로 24일 합의했다. 라인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노사가 휴직 종료일을 합의할 예정으로, 사실상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
"저 오늘 사표 내고 왔어요."
김득중 지부장은 노조 사무실로 찾아와 한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던 동료가 눈물을 보이며 했던 말이 귓가를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무급휴직하던 분들은 가장 역할을 해야 하니까 생계를 위해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며 "내년 1월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가족과 같이 보내고자 어제 사표를 내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복직을 앞두고, 다니던 다른 직장에 사표를 내고 온 노동자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벼락 같은 통보에 또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왼쪽부터),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남아있는 해고자 119명을 모두 복직시키기로 합의하고 9년을 끌어온 쌍용차 사태의 마침표를 찍었다ⓒ김철수 기자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이하, 노노사)은 2015년 12월30일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후 당시 복직된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했고, 120명이 기약 없이 복직을 기다려야만 했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과도 같았고 기약 없는 복직은 '희망고문'과도 같았다. 2009년 쌍용차 해고 사태 이후, 해고 노동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9월 14일 쌍용자동차 노노사가 2019년 상반기까지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은 119명의 해고자 전원을 단계적으로 채용하는데 합의했다.
노노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복직대상 해고자 119명 중 60%를 2018년 말까지 채용, 나머지 해고자는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2019년 상반기 대상자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대상자는 2019년 7월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 완료하기로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71명이 31일 새벽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로 출근하며 받은 카네이션을 흔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정리해고된지 10년 만이다. 2018.12.31.ⓒ뉴시스 제공
쌍용차 해고 노동자 119명 중 60%인 71명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본사로 출근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10년의 싸움을 책임지는 지부장으로서 조합원들이 모두 복직한 후 가장 마지막에 복직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복직하지 않았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가 신규 채용은 거의 없고, 근속 년수가 높아 정년 퇴직자들이 많다"며 "2018년 노노사정 합의할 때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 신규채용 어렵다고 해서 교섭에 난항 겪기도 했지만, 2018년도 자연감소 인원과 해고자들의 숫자하고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쌍용자동차에서 정년 맞는 사람들이 50명이고, 복직해서 들어가려는 사람이 47명"이라며 "위기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직을 기다렸던 해고 노동자들은 그동안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파업 당시 국가폭력으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와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려 온전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국가손배대응모임과 쌍용자동차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가폭력 피해 10년, 쌍용차 노동자 괴롭힘 이제 멈추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19.ⓒ뉴시스
한편,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와 회사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 지부장은 "재판을 의식 안 할 수가 없다. 금액만 100억"이라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끊임없이 2009년 국가폭력의 진압 광경을 떠올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해배상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괴롭힘이며, 재판을 끌어오는 과정 자체가 끊임없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임금 삭감에 동의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통상상여 200% 삭감, 2020년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동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동의서'를 노동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해당 동의서에는 통상상여 200% 삭감, 상여 OT·제도개선 OT·연구업적 인센티브 삭감과 2020년 발생 연차수당 지급을 변경(통상임금 150%→100%)해 2022년에 분할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올해 말 일시금 100만원 삭감, 2020년 임단협 동결 등의 사항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적용기간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로 설정했다.
동의서에는 "본인은 경쟁력 확보를 통한 회사 경영 정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다음 사항에 동의하며 향후 이와 관련된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