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5 서울신문] 24억 배상·가압류…쌍용차 ‘국가폭력 수갑’은 풀리지 않았다

24억 배상·가압류…쌍용차 ‘국가폭력 수갑’은 풀리지 않았다

서울신문 /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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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48명 새달 복직해도 6개월간 무급…기다리는 건 경찰의 월급 가압류 청구서

“풀어준대서 법원 갔더니 실수라며 번복”  
‘손배소 취하’ 권고에도 경찰 결론 안 내  
“10년간 30명 스러졌는데… 빚 철창 여전”

“손해배상 수갑 끊어달라” 릴레이 시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오른쪽) 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해고 10년’이라고 적힌 수갑을 끊어 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 “손해배상 수갑 끊어달라” 릴레이 시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오른쪽) 지부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해고 10년’이라고 적힌 수갑을 끊어 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복직했지만 국가폭력 수갑은 풀리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8명이 다음달 1일 공장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경찰의 가압류 청구서뿐이다. 노동자들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 청구액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24억원이나 된다. 더욱이 이들은 라인 배치를 받지 못해 연말까지는 ‘무급 복직자’에 머물러야 한다. 10년 만에 다시 사원증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은 24일 경찰청 앞에 모였다. 끝나지 않은 손해배상·가압류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에 과잉 진압에 대한 사과 표명과 손배소 취하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2009년 경찰은 쌍용차 파업농성 당시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16억 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14억 1000만원, 2심에서는 11억 6700만원을 노조와 조합원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건 크레인과 헬기 파손이다. 장석우 변호사는 “노동자들은 집회·시위 자유와 노동 3권을 행사했을 뿐인데 국가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파업 진압에 헬기나 기중기를 투입한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압류도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맨 먼저 노동자 67명에게 8억 9000만원에 이르는 퇴직금과 임금,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월 복직한 노동자 26명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선별적으로 이뤄졌다. 여전히 복직노동자 1명과 희망퇴직자를 포함한 미복직자 13명에 대한 가압류가 남아 있다. 강환주 조합원은 “가압류 1000만원을 풀어 주겠다고 해 법원에 갔더니 행정 실수라며 번복했다”면서 “빚이 불어나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 김승섭 고려대 교수팀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의 30.9%는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 노동자 등 3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오는 27일은 가압류로 고통받던 조합원 김주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채희국 조합원도 “나와 가족은 1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은 투명한 철창으로 만들어진 손배가압류란 감옥에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부터 노조는 가압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경찰청 앞에서 이어 나간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이미 두 차례나 면담했다”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