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100인대표단 공동기자회견문]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직접 만납시다!

ⓒ비정규직100인대표단 12월 18일 "내가 김용균이다" 기자회견 현장입니다.

[공동 기자회견문]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님의 유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직접 만납시다!

 

비정규직 100인의 대표단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합니다.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1일 대규모 촛불행진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알려나갈 것입니다.

     IMF 이후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심화되어온 양극화는 우리사회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비정규직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재능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안정적 일자리를 찾아 소중한 청춘을 고시촌 쪽방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을 일렬로 세우는 경쟁 속에서 일에 대한 애정과 적성은 사라져 버렸고, 직장에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성과 권리가 수많은 갑질에 난도질당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양극화의 원인인 소득격차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취임 후 바로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약속했었습니다. 참으로 환영할 만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촛불로 바로 세운 줄 알았던 민주주의와 정의는 재벌의 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건설’이라던 제1호 정책은 정권 출범 1년 6개월이 지나자 방향조차 잃어버리고 역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지난 11월 12일부터 4박 5일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격어 왔던 차별과 위험을 고발하며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청와대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총체적 해결을 위한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청과 법원에서는 불법파견과 노조파괴 현행범인 재벌들은 구속하지 않고, 오히려 땀의 대가와 공정한 법 집행을 요구한 노동자들에게는 과도한 형벌을 내렸던 사법농단에 항의했습니다. 국회에서는 파견법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과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노조법 제2조, 노동자를 기업별로 분열시키고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창구단일화 등 사회악이 되어버린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청와대로 향하여 제대로 된 정규직전환을 촉구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혹한 고문이 되었습니다. 희망고문은 희망이 아니라 그저 고문입니다. 자회사 정규직이란 정규직이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착화입니다.

     일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우리의 정당한 투쟁을 우려 속에서 평가했습니다. 노동자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부패와 무능으로 찌든 적폐세력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심각하게 위협이 되는 것은 실업율과 경기침체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고 재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진행하면 당장 몇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경제는 공정성을 잃고 지속가능성을 잃게 됩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인 것입니다. 당장의 투자를 구걸하기 위해 재벌적폐 청산을 뒤로하면 경제는 더욱 악순환에 빠질 것입니다.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 원칙이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11월 3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2월 11일 새벽. 24살 꽃다운 청년 김용균님이 스러졌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지 않았기에 사회적 살인이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늦어진 때문에 결국은 막을 수 없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건 석탄이 아니라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연료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문재인대통령과 비정규직 당사자와의 대화를 요구하던 청년의 죽음 앞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비정규직들은 발전소 컨베이어 밸트 앞에서, 맨홀뚜껑 밑에서, 조선소 도크 위에서, 편의점 계산대에서, 건설현장 자재 틈에서, 제철소 고로 앞에서, 배달 오토바이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듭니다. 언제까지 피눈물을 흘리며 동료의 유품을 정리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오늘도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살아야 합니까. 비정규직만 죽어나가는 세상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시기에 내세웠던 ‘사람이 먼저다!’라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말입니까? 지금까지 정부가 하는 정책을 보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자본이 먼저입니다. 우리 사회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경쟁력과 효율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맹목적인 경쟁과 효율 추구는 우리 사회를 비정규직의 생명을 연료로 태워 움직이는 괴물로 만들어 왔습니다. 19살 구의역 김군과 24살 태안화력발전소 김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효율과 경쟁은 사람을 쥐어짜기 위한 경쟁이었고 사람을 더 많이 이용하기 위한 효율에 불과했습니다.

     이제는 자본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가장 불안정한 권리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고 김용균 님의 유언이 되어버린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는 이제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 입니다. 내일도 그 위험한 일터 앞으로 발을 옮겨야 하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합니다.

모든 노동자 여러분, 함께 면담을 요구하고 함께 행진합시다.

     어떤 직업이라도 좋습니다. 직종을 떠나 누구나 오십시오. 기업의 크기도 상관없습니다. 일하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나,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이 행진의 주인공입니다. 비정규직의 양산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수준을 갉아먹어 왔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릴수록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신분이 되어버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은 양쪽의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없어져야 합니다.

시민들도 함께 걸읍시다.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촛불행진’에 동참해 주십시오. 내가 바로 김용균이 되어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촛불의 물결을 만듭시다. 12월 21일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을지로 고용노동청에서, 명동에서,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22일 토요일 오후 7시부터는 고 김용균님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4차 촛불추모제가 열립니다. 이날은 우리 모두 상여를 함께 맵시다. 함께 촛불을 들어 주십시오. 우리의 걸음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직접고용 실행하라!

내가 바로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상시• 지속업무 정규직 원칙 쟁취하자!

 

2018. 12. 18.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