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2017년 상반기, 24개 사업장, 65,

손배청구 1867, 가압류 180]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자회견 취지

  1. 2014년 <노란봉투캠페인>으로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가 사회적 쟁점화 되어 대규모 시민모금캠페인이 벌어진 바 있고, 사회적기구인 [손잡고]도 이 시기 각계각층의 참여로 출범했습니다.
  2. 이후 3년간 손잡고는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입법청원 요구를 받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더불어 사안을 알리고 제도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19대국회(2015, 대표발의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국회(2017, 대표발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달아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를 법적으로 제한하고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3. 이런 가운데에도 손해배상 및 가압류로 인한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누적청구금액 1,867억여원, 가압류 180억여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 24개 노동조합과 조합원 개인의 권리와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4. 위 집계내역은 이명박-박근혜 정권동안 발생한 사건입니다(이전 정부 건은 사건 종료, 교섭 등으로 모두 종결). ‘국민기본권 보장’, ‘노동존중’을 중요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지난정권 적폐 중 하나입니다.
  5. 본 요구안은 지난 1년간 더욱 심각해진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현장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새정부에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손잡고와 양대노총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당사자들과 함께 마련한 요구안을 문재인 정부 ‘국민인수위’에 전달하고, 새정부와 함께 국민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과 대정부 요구안

[2017년 상반기, 24개 사업장, 65, 손배청구 1867, 가압류 180]

헌법 위의 적폐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촛불 시민들의 요구로 박근혜 정권이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자본과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2017년 상반기 집계한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현황은 24개 사업장 65건, 누적청구금액 1,867억원, 가압류금액 180억원입니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7년 상반기 금액만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 추이는 지난 정권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가혹한 정권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급등 배경을 살펴보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이명박 정권동안 노무법인을 통한 전략적 노조파괴 기획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상대로 반복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손배가압류는 노조파괴 전략으로 반복되며 대표적 탄압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쟁의행위로 인한 물질적 피해를 넘어, 명예훼손, 모욕 등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소장에 적힌 금액을 보면 저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은 건가요?”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 앞에 노동자들은 억울하고, 절망합니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은 국민이 살기 어려운 시기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 생존과 직결된 일터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노동3권,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같이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며 저항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리행사의 결과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생존위기에 내모는 극한 현실입니다. 손배가압류는 생존을 위해 저항한 사람들의 경제력마저 빼앗는 악마의 제도입니다.

    그 동안 악마의 제도를 멈추기 위한 희생과 노력도 있었습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죽음부터 가장 최근인 2015년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열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열사들이 ‘손배가압류가 생존을 위협하는 악마의 제도’라는 것을 희생으로 알렸습니다. 양대노총에서도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 왔습니다. 피해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2014년에는 시민들이 모금캠페인인 <노란봉투캠페인>과 사회적 기구인 < 손잡고>를 출범에 동참하고, 입법청원을 통해 법 개정까지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악마의 제도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넘어선 변화가 필요합니다. 과거 정부는 손배가압류 제도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단순히 ‘노사관계’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사실상 방관하며 피해를 키워왔습니다. 심지어 ILO의 권고마저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입니다. 더 이상 사안을 ‘노사관계’의 문제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국민 권리보호를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노동 정책 변화가 함께 수반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먼저 나서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헌법적 권리를 존중하는 사법 판결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2017년 5월, 노동자 손배가압류의 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가족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래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하며, 시민모임 손잡고와 양대노총은 과거정권의 적폐인 손배가압류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방안으로 다음의 요구를 문재인 정부에 답변으로 보냅니다.

 

  1. 우리는 현재 누적된 1,86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실태조사와 해결을 요구합니다.

노동자에게 제기된 손해배상 가압류의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회사의 청구의 목적이 ‘배상’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쟁의권은 헌법에 보장된 것임에도 쟁의기간 발생한 손실을 과도하게 책정해 청구하거나, ▲막대한 금액을 손배청구할 것을 예고하며 노동자를 위협하거나, ▲손배청구를 앞세워 근로자 지위확인 취하, 노동조합 탈퇴, 퇴사 등을 요구하는 등 2차 노동탄압을 벌이는 사실상의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손배소는 물질적, 심리적 차원에서 노동자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음에도 사실상 별다른 제지 없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손배청구 금액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개인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과도한 금액’이지만 자본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청구금액을 배상받지 않아도 존립에 위협이 없는 금액입니다. 더욱이 노동자들은 과도한 청구금액에 따른 법률 비용마저 감당하기 어려워 소 자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구금액의 적정성, 쟁의의 합법성 등은 소가 제기된 이후에 재판을 통해 가려집니다. 대체로 오래 걸리는 노동민사사건의 특성 상 노동자들은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당초 쟁의 원인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있는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양형이 낮고(벌금 3천만원 이하), 쟁의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판례가 많은 한국 노동현실 상에서는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에게 결과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점을 회사에서 약용하는 사실이 ‘노조파괴 문건’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손배가압류 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정부의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조사에 따라 드러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1. 우리는 향후 헌법에 보장된 국민기본권 침해와 노동탄압을 목적으로 악용되는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막기 위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지난 손배가압류의 원인이 된 쟁의 사건을 살펴보면, ‘노조파괴’, ‘정리해고’, ‘비정규직 차별’, ‘해외자본 기술유출’, 등 노사관계에서 풀어낼 수 없는 사안들이 지배적입니다. 해당 사안들은 지속적인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의 엄격한 처벌이 수반되어야 ‘노동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2017628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피해 당사자, 손잡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