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10 민중의소리]“노동블랙리스트 탄압을 중단하라” 쌍용차 노동자 노숙 농성돌입

“노동블랙리스트 탄압을 중단하라” 쌍용차 노동자 노숙 농성돌입

지형원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8년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사측과 싸워온 쌍용차동차 노동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막사를 세우고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노조투쟁 과정에서 사측이 노동탄압 수단으로 사용하는 손해배상·가압류 제도의 개정을 요구했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손잡고’ 등 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항의해온 노동자들을 법원·검찰이 동종전과범으로 낙인찍는 것과,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다른 기업들이 채용 시 배제하는 노동자들의 명단을 두고 ‘노동블랙리스트’라고 지칭했다.

“파업 노동자 가만두지 않겠다는 국가의 손해배상”

참가자들은 이날 정부·사측이 ‘노동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가압류를 물리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문시위꾼’으로 범법자가 돼야 했다. 법원은 (국가가 제기한 소송에서) 15억원이 넘는 돈을 노동자들에게 물어내라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파업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낙인이었다”고 질타했다.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사측이 전체 인력의 37%에 이르는 직원 2646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졌다. 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노조와 일반 노동자들은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등 저항에 나섰고, 사측의 요청으로 시위진압에 나섰던 경찰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업참가자들은 11억6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정부·사측 압박에 이기지 못한 노동자와 가족 28명은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살자는 외침에 국가와 자본이 들이댄 것은 언제나 ‘돈’ 이었다”며 “(박근혜 정권은)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 (노동·고용 등) 법을 지키라 외치는 노동자들을 블랙리스트로 찍어 악법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4년, 노동자를 비롯한 투쟁하는 모든 이들은 블랙리스트가 됐다”고 개탄했다.

고동민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정부와 사측이 노동탄압 수단으로 사용하는 손배소 문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 낙인을 벗는 길은 뇌물의 대가로 노동자들을 쉬운해고, 평생 비정규직으로 내몬 박근혜 퇴진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이들은 손해배상으로 끝내지 않고 사실상 취업까지 배제하는 사측의 ‘블랙리스트 낙인’도 함께 비판했다. 고 국장은 “정부의 보호를 받는 기업들은 더욱 악랄하다”며 “다른 현장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라는 이유로 낙인을 찍어 취업까지 배제한다”고 토로했다. 고 국장에 따르면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이직을 시도했던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혀 취직할 수 없었다. 고 국장은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등으로 동종업계 취업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며 “15년간 일해 온 한 동료는 이력서를 무려 100여곳에 제출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재차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이순신동상 서쪽 방향에 자동차 모양의 간의 막사를 짓고 본격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막사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국가손배 현황’이라는 문구에 위자료·차량피해·헬기피해 등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배상판결은 내린 11억7천여만원의 금액을 표시해 뒀다. 고 국장에 따르면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배상판결 금액은 하루 61만원씩 이자가 붙어 현재는 15억원이 넘는 돈을 국가가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한 ‘손잡고’는 오는 17일 오전 11시 국회에 ‘노란봉투법 입법’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단체가 제안하는 입법은 노동3권을 방해하는 손해배상·가압류 남발을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손잡고’는 입법청원 날짜까지 노동자들이 농성하는 막사 앞에서 국민서명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블랙리스트, 검은 거래를 부숴라!’ 기자회견을 열고 텐트농성을 시작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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