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2009년 파업 건 손배소 1심선고에 대한 논평]
손실 없음에도 손해배상하라니,
법은 누구의 편인가
12월 1일 법원이 철도노동조합과 조합원 209명에 대해 2009년 파업을 두고 5억 9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재판과정에서 사실상 파업으로 인해 코레일 측이 입은 손해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불법파업’이라며 책임을 노동조합과 조합원 개개인에게 물은 것이다.
7년 만에 열린 손배소 1심으로 코레일측은 손실을 입증하기는커녕, 애초 주장한 ‘100억원 손실’이 과도한 청구였다는 점만 드러냈다. 심지어 판결문에 따르면 코레일 측은 2009년 파업 당시 인력비와 동력비를 절감해 약 4억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재판부는 철도노조가 필수업무를 유지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분리해 순환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노조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앞선 업무방해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업’ 판결을 언급하며, 사실상 손실이 없음에도 배상책임을 유지시킨 것이다.
그러나 앞선 대법원의 ‘불법파업’ 판결 역시 파업의 정당성을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언론을 통해 사전예고된 파업이 코레일측의 주장에 따라 ‘기습파업’으로 인정되고, 심지어 파업의 원인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코레일측에 있었음에도 파업 목적의 정당함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 번 낙인찍힌 ‘불법파업’의 꼬리표는 사실상 손실이 없음에도 손실을 배상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정작 코레일 측의 과도한 주장으로 벌어진 동조합과 노동자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지지 않는다. 지난 7년동안 노조와 손배 당사자 개개인은 단지 코레일측의 ‘100억 손실 주장’만으로 손해배상금액의 압박은 물론 38억 원에 달하는 가압류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고통까지 떠안아야 했다. 나아가 ‘불법파업’ 판결로 이미 40여명은 해고까지 당했다. 판결문 어디에도 노동자의 고통과 피해가 고려되었는지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철도노조에 파업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역시 현 법체계 안에서 노동자는 어떠한 쟁의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을 드러낸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할 것이다. 협소하게 해석한 파업의 정당성, 목적, 방식 등에 한정해 계산기만 두드리는 식의 판결 안에서는 어떤 쟁의도 ‘불법’이라는 꼬리표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나아가 우리는 노동3권을 죽이는 현 법제도를 반드시 고쳐낼 것이다. 노동3권이 수백억 원의 손배소송을 감당할 수 없는 개인에게 유명무실한 권리가 되도록 사법부가 앞장서는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아울러 판결의 부당성과 별도로 코레일 측의 과도한 청구는 손배청구권의 남용으로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2016년 파업까지 코레일측이 노조와 조합원 개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액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파업에 따르는 노동자 개인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2016년 12월 1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