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 중단하라 ”
손잡고 등 시민단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지형원 기자
사측으로부터 최대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 당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측의 불법파견과 정리해고에 대응하던 중 소송당한 노동자들이다.
시민단체인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와 사측에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 당한 노동자들은 30일 서울 참여연대 건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를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간담회에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KEC지회와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등 7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갈수록 불어나는 노동자 손배가압류 금액
‘손잡고’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현재 사측이 노조와 노동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가압류(손배가압류)는 1500억여원을 넘어선다. 이는 지난 10여년 만에 1000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0월말까지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 금액은 575억원 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 들어서면서 2011년 5월엔 1582억7000만원으로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2014년 3월 169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달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손배가압류 금액이 1500억원으로 100억가량 줄었지만 일부 사측에서 손해배상을를 취하했을 뿐 건수는 줄지 않았다.
특히 손잡고는 올해 증가한 손배가압류는 ▲만들어진 지 1년 정도된 신규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대상 ▲구호, 피케, 소식지 문구 등 재물손괴가 포함되지 않는 쟁의행위까지 문제 삼은 손해배상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손배청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최한 손잡고는 이같은 실태를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인정하는 범위가 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잡고는 쟁의행위(점거 등) 방식에 따라 불법 규정, 구호·피켓 등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하청노조 이름에 원청 이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송하는 등 직접적 폭력·파괴가 없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는 현행법을 지적했다.
“손해배상 남용해 옥죄여지는 노조”
이날 기아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한규협·최정명 조합원은 사측이 벌인 손배가압류는 그 목적이 손해배상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11일부터 363일 동안 기아차를 상대로 “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이들은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측으로부터 2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또 지난해 고공농성을 벌여 전광판 업체 측인 명보애드넷으로부터 6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다.
이날 최정명 씨는 “현재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이 경매에 들어갔다. 경매된 액수가 128만원인데 그 금액을 수억원에서 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며 “사실상 저희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사측의 교섭 해태와 직장폐쇄에 대응해 파업한 KEC지회도 사측으로부터 30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퇴사를 하면 손해배상에서 제외해주겠다”며 노동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송영섭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빌미로 향후 노동조합을 옥죄고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이같은 권리 남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손잡고는 20대 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