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30 미디어오늘] 파업했다고 평생 못갚을 빚더미, “죽고 싶은 마음 뿐”

파업했다고 평생 못갚을 빚더미, “죽고 싶은 마음 뿐”

파업 손배 총액 1521억원, "40년 모아도 못 모을 금액… 노조탄압 수단 악용, 법으로 금지해야"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월급 받는 노동자가 156억원 손해배상 받았을 때, 정말 암담하고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손배·가압류는 노조 파괴 일환으로 계속적으로 쓰이고 있다."

사측으로부터 15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구미KEC 노조(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의 정의엽 부지회장은 사측의 손해배상소송(손배소)는 노동자뿐 아니라 그에 딸린 식구에게까지 막심한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2010년 해고된 그는 2013년 복직 후에도 회사에 위자료 지급 명목으로 월급이 모조리 차압당했다. 후원 CMS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는 오는 9월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 양대노총은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쟁위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2016년 현황을 발표했다. 사진=손가영

 

 

파업 등 노조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총액이 1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압류된 금액만 약 144억원으로 사측의 손배소 악용을 통제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 양대노총은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쟁위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2016년 현황을 발표했다.

민주노총과 손잡고의 통계에 따르면 노조 쟁의에 대한 손배소 총액은 2016년 8월 기준 1521억9295만원으로 민주노총 산하 20개 사업장, 소송 건수 57건에 대한 값이다. 이중 9개 사업장의 노조 및 조합원은 144억7634만원이 가압류 된 상태다.

노조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살인적 노조 탄압 도구란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2003년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던 고 배달호씨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가 유서에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158억은 한진중이 지회에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다.

민주노총 집계 결과 2003년 1월 기준 손배소 총액은 402억원이고 관련 사업장은 50개였다. 2011년 5월 손배청구 사업장은 12개로 준 반면 총액은 1582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3월엔 총액이 1691억원까지 증가했다.

가장 많은 금액이 청구된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부품 제조 협력사인 유성기업이다. 대법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 소송은 청구된 금액이 약 39억 3천만원이고 현재 1142만 원이 가압류됐다.

 

▲ 자료=손잡고 제공

 

 

가장 많은 소송이 걸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와 사내하청지회의 상황도 심각하다. 울산 비정규직 지회의 경우 손배소 16건 중 8건은 181억원 배상 판결이 났다. 남은 8건은 현재 1심 진행 중이다.

아산 사내하청지회는 손배소 9건의 총액이 16억2987만원이다. 이중 선고된 1건은 3억2천 배상이 선고됐다. 4천만원은 가압류된 상황이다.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손배소 2건에 25억5836만원이 청구됐고 5천만원이 가압류 됐다.

정부가 노동 쟁의 행위에 손배소를 청구한 사례도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민주노총 간부 및 조합원에게 3억4천여만원의 손해액과 정신적 위자료 4천6백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2014년 '노란봉투캠페인' 최초 제안자인 배춘환 손잡고 상임대표는 발언에 나서 "노동자가 (손배소 청구액을) 다 갚기 위해서는 40년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못하고 꼬박 일해야 하고 갚지 못하면 가압류가 들어온다"면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국가나 기업이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소송을 거는 게 정당한가"라 물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살인적 규모의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소해 국민기본권과 생존권을 지켜달라는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요구에 20대 국회가 적극 응답할 차례"라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사대로 한 소송 남용이 금지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 논의를 활발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캠페인은 2014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격적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대한 비판을 확산시킨 움직임이다. 배춘환씨가 2013년 11월 쌍용자동차지회가 47여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4만7000원을 기부하며 시작됐다. 시민 10만 명이 4만7000원씩 내 47억원을 모으는 운동이다. 이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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