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 숨통 조이는 손배가압류…올해도 벌써 1522억원
“노동자 탄압수단, 사법부도 현명히 판단해야”
“‘제가 회사다니면서 이 돈 갚을게요’ 이야기하고 나왔지만 사실 많이 겁이나요. 저는 한달에 130만원을 버는 노동자입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손에손을잡고)의 기자간담회. 전자부품업체 케이이시(KEC)에서 일하는 김순희씨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씨를 비롯한 동료 직원 88명은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응하지 않는 회사에 맞서 파업을 했다가 회사 쪽으로부터 30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회사 쪽에선 ‘300억 갚을 수 있겠느냐. (책임을 면해줄테니) 회사를 나가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회사 쪽은 청구 액수를 143억원으로 낮춰 조정했지만, 이 금액도 노동자들에게는 “평생을 일해도 갚지 못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손배가압류를 견디다 못 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죽음을 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우리 아저씨들(동료 노동자들)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출근하는 버스에서도, 집에 혼자 앉아있을 때도 계속 눈물만 납니다.” 케이이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다음달에 나온다.
손잡고는 이날 민주노총 사업장 20곳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만 1521억9295만원(8월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이후, 국가(경찰)가 민주노총을 상대로 3억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잡고는 “신규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가 늘고 있고, 구호를 외치거나 손팻말을 드는 등 물리적인 파손 행위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영 손잡고 운영위원은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가압류가 여전히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손배가압류가 횡행한 상황에서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법 개정과 함께 우선 사법부도 손해배상청구의 의도 등을 파악해 정의로운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59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