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23 뉴스위크] 손잡고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개최… “한계의 틀 벗어나

손잡고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개최… “한계의 틀 벗어나야”

   
▲ 손잡고가 '제2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손잡고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파업 등 쟁의행위는 노동자들의 권리이자, 마지막 보루다. 이는 법으로 보장돼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또 다른 ‘법’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최후의 발악마저 짓밟는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이 그것이다.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발을 묶는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과 관련해 미래 법조인들의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는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지난 20일 ‘제2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국내에 많은 모의법정 경연대회가 있지만,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에게 제기되는 손해 배상 및 가압류를 주제로 삼는 것은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가 유일하다.

이번 대회는 서울대학교 우천법학관에서 진행됐으며, 서면 심사를 통과한 8개 팀이 본선에 올라 치열한 경연을 펼쳤다.

◇ 손배가압류 문제, 관심과 해결책 마련 시급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조국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장은 개회선언을 통해 “법조계에 진출하게 될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노동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근로기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공동주최로 참여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현재도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민주노총에만 1000억원이 넘는다”며 “현장의 노동자들을 죽음과 같은 고통으로 몰아붙이는 손배가압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신 예비법조인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손배가압류는 한국사회가 극복해 나가야될 척박한 노동현실 중에서도 가장 그늘진 곳에 자리한 문제”라며 “이 자리를 빌어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 즉 손배가압류의 근거가 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새롭게 시상에 참여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홍영표 국회환경노동위원장도 축사를 보내 본 모의법정에 의미를 더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도한 손배청구와 가압류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이 치열하게 전개돼왔다”며 “이번 모의법정이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공공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참신한 논리와 해결책도 함께 제시하는 유익한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노동법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홍영표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은 “노동자가 무방비로 위험한 작업조건에 노출되지 않고 부당한 임금차별을 받지 않는 건강한 근로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선수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들은 변경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잡고 제공>

◇ “법원 판례-헌재 한계 넘어서야”

 

이번 경연 대회의 주제는 ‘원청의 불법파견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였다. 가상의 ‘한국자동차’가 불법파견에 맞선 ‘손잡고 비정규직노동조합’의 파업을 두고 노동조합와 노조위원장 개인에게 16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가정했다.

본선 진출팀은 ‘사내하청노동자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파업, 직장 점거 등의 쟁의 행위가 정당한가’, ‘16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액이 적정한가’, ‘노동권의 관점에서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 정당한가’ 등을 두고 변론을 펼쳤다.

본선에 오른 8팀은 4팀씩 각 A-B조로 나뉘어 원-피고 모두를 변론했다. 재판부는 점수를 매겨 상위부터 시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김선수(심사위원장, 변호사), 박제성(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서선영(변호사), 우지연(변호사), 최석환(명지대 법학과 노동법 교수), 최은배(변호사, 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맡았다.

이번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는 국회의장상과 국회환경노동위원장상이 새롭게 제정됐다. 국회의장상(최우수상) 200만원, 국회환경노동위원장상(우수상) 100만원,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장상(장려상) 2팀 각 50만원, 노란봉투법상(본선입상) 4팀 각 20만원이 수여됐다.

국회의장상은 참가번호 2008번팀(이화여자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박소정, 추정원, 김가은)에게 돌아갔다. 참가번호 2007번팀(한양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수현, 이승훈, 이해인)은 국회환경노동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장상에는 참가번호 2004번팀(부산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조근주, 한지수, 방정훈)과 참가번호 2006번팀(한양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최예지, 박정훈, 박상홍)이 이름을 올렸다. 노란봉투법상은 참가번호 2001번팀(건국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최경아, 한양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이솔, 성균관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박용흘), 참가번호 2002번팀(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곽예신, 박준민), 참가번호 2003번팀(아주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이수진, 윤정은, 이환규), 참가번호 2005번팀(서강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홍정표, 임현빈, 김효진) 등이 수상했다.

 

   
▲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참가번호 2008번팀(이화여자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박소정, 추정원, 김가은). <손잡고 제공>

 

심사위원장 김선수 변호사는 심사강평을 통해 “노동3권에 있어서 법원의 판례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변론한 팀에게 점수를 줬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이어 “현행 노조법이 기존 법원의 판례, 헌재의 합헌결정 등에 영향을 받지만, 나중에 필요에 의해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 것처럼 헌재의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들은 변경 가능한 것”이라며 “법률가라면 주장을 할 때 판례 등 한계의 틀 내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필요하면 한계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2008번팀은 참가자 가운데 가장 기존 법리를 넘어선 변론을 하고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자 박소정, 추정원, 김가은 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노동법상 법리적용이 민법, 형법과 차이가 있어 그런 점에서 생소함을 느꼈다”며 “법리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돼있고, 노동조합에게 손해를 묻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될 수 있다고도 보았지만, 개인에게까지 막대한 손해를 묻는다는 것에는 변론을 하면서도 상당히 동의가 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선진출팀들은 참여소감을 통해 피고 측 변론 과정에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손해배상에 대항하는 노동자 측의 논리, 법리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듯 해 아쉬웠다”, “변론을 하면서도 개인에게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하나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주최 측이 공개한 참가자 설문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대체로 본 경연이 노동법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 노란봉투법, 다음 세대의 희망 찾는 투쟁

이번 모의법정 경연대회의 주제이기도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발의에 그쳤다. 노란봉투법은 ‘노란봉투캠페인’ 참여 시민의 모금액과 전문가들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엔 합법적 노조활동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과 가족․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며, 법원 결정에 필요한 손배 기준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최 측은 “‘노동법에 대한 예비 법조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겠다’는 개최 취지가 경연 대회 과정에서 참가자들에게 잘 부합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 노란봉투법상을 수상한 4팀. <손잡고 제공>

한편, 이날 모의법정 경연 대회는 실제 손배소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가장 많은 손배소 사업장이 소속된 민주노총과 ‘비정규직에 대한 손배소’로 실제 고통 받는 노동현장을 대표해 ‘동양시멘트지부’가 경연 현장에 함께 자리했다.

 

손잡고는 20대 국회에도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란봉투캠페인 최초 제안자이기도 한 배춘환 손잡고 상임대표는 “파업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은 악의적으로 사회적 낙오자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한 개인의 인생이 파괴되고, 관계가 파괴되고, 신념이 파괴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파괴되고 사회의 기본 가치들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가장 큰 비극은 다음 세대의 희망까지 앗아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일은 사회의 기본 가치를 지켜내고 다음 세대의 희망을 되찾아주기 위한 투쟁인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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