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8 미디어오늘] 유성기업 노조 항소심에서도 ‘손배폭탄’

 

유성기업 노조 항소심에서도 ‘손배폭탄’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0억 원 배상 판결, 1인당 7700만원… 노조 “대법원까지 갈 것”

 

손가영 기자 | ya@mediatoday.co.kr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지회장 김성민)가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조합원 13명에게 손해배상액 10여억 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2011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유성기업은 2013년 유성기업지회 노동조합원 8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손해배상액 40억 원을 청구한 바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그해 2월 “조합원 13명이 손해배상액 1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등법원이 2심 판결에서 다시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17일 “쟁의행위로 인한 회사의 손실이 인정된다”며 조합원 13명에게 10억 1150만 원을 배상하라 판결했다. 1심에서 판결한 손해배상액 12여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가 지목한 조합원에게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적극적 가담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8억9500여만 원을 결정했고 소극적 손해배상액으로 9500만 원, 정신적 피해보상액으로 2000만원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2011년 5월18일부터 노조가 공장에 복귀한 2011년 7월16일까지를 적극적 손해배상의 책임 기간으로 판단했다. 조합원 1인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7700여만 원이다.

   
▲ 2012년 12월,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굴다리에 매달려 있는 천막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미디어오늘
 

김선혁 유성기업지회 법규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사측이 손해액 산정에 대해 명확한 증거물을 내지 못했음에도 재판부가 회사 측 주장을 받아준 것”이라며 “노조로서 억울한 측면이 크다. 배상액은 조합원이 감당못할 수준이기도 해서 다시 항소해 대법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성기업지회는 1심에서부터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법규부장은 “2004년 중앙교섭을 통해 ‘금속노조 사용자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손배, 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라는 합의문이 도출됐다”며 “유성기업의 손해배상은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재판부도 이 합의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고 노동자의 삶과 가정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손배 폭탄’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유성기업지회는 ‘손배 폭탄’을 맞은 대표적인 노조다. 이외에도 손해배상액 156억 원이 청구된 금속노조 KEC지회와 1억2천5백만 원이 청구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생탁 조합원이 있다.

2014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노란봉투 캠페인’은 공격적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대한 비판을 확산시킨 움직임이다. 한 시민이 2013년 11월 쌍용자동차지회가 47여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4만7000원을 기부하며 시작됐다. 시민 10만 명이 4만7000원씩 내 47억원을 모으는 운동이다. 이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지난해 6월19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노란봉투 캠페인의 1차 심사결과 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유성기업 지회의 싸움은 2011년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조는 ‘주간 연속 2교대’ 제도 도입을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야간조가 밤샘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주·야 맞교대’를 폐지하고 노동시간 조절을 통해 오전조와 오후조가 교대로 근무하여 자정 전에 노동을 마치는 제도를 요구한 것이다. 주간 연속 2교대는 이미 2009년에 노사가 잠정 합의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당일 용역업체 직원 30여 명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하면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두 달여 후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모두 공장에 복귀했으나 사측은 조합원 27명을 해고했다. 2013년 부당해고라고 최종 판결을 받았으나, 사측은 이들 가운데 11명을 다시 해고했다. 이후 사측은 유성기업지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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