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1 오마이뉴스] "노동자에 40억 손배청구, 그냥 죽으라는 뜻"

 

"노동자에 40억 손배청구, 그냥 죽으라는 뜻"

[현장] 유성기업 손해배상 올바른 판결 촉구 기자회견

 

윤지선 기자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심신이 죽어가고 있다. 절반 이상이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조절장애로 가정에서 폭력, 이혼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사업주의 노조파괴, 손해배상이 가져온 극심한 폐해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와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아산지회는 대전광역시 서구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40억 원은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노동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져 있다"며 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1년 주간연속 2교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유성기업지회 소속 조합원 87명은 회사가 청구한 40억 원의 손배소송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노동자 권리 보호하지 못한 부당한 판결"

기사 관련 사진
▲  12월 10일 오후2시 대전고법 앞 유성기업 손배청구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
ⓒ 윤지선

관련사진보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이 2012년부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두리공감 신아롱 활동가는 "2015년 현재 조합원들의 심리 상태는 사상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신 활동가는 "전문가들이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 '원자폭탄을 맞은 것'에 비교하며 그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런 와중에 유성기업의 40억 손배 청구는 조합원에게는 '제발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법부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부당한 판결로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일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호 손잡고 공동대표는 "법원이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권력의 편에서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 청구를 마구잡이로 받아주는 동안 전국에 손배사업장은 22개, 청구 금액은 1300억 원에 이르렀다"며 "노동자의 삶을 극단으로 내모는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다, 법원은 권력의 개가 될 것인지 사법부의 정의를 최소한이라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분명히 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지부장은 "유성기업 사업주 유시영은 노사합의를 깨뜨리고자 용역을 투입해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현재는 설립 취소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통한 부당노동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은 지옥같은 공장에서 그나마 나와 가족을 지키고자 싸움을 했고, 자신의 임금을 삭감시키면서까지 일손을 멈춘 것은 회사의 폭력을 멈추고자 한 것인데 어찌 살고자 한 활동이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항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정욱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쌍용자동차의 투쟁과정을 언급하며 "가족을 책임지고 인간답게 살기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요구한 결과인데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손배가압류, 업무방해 등으로 탄압을 한다"고 성토했다. 

"모순투성이 1심판결,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기사 관련 사진
▲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대전고법의 정당한 판결을 촉구하며 노숙농성과 함께 매일 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윤지선

관련사진보기


2013년 유성기업이 노동자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 1심 판결 자체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노동자 13명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낸 바 있다. 

유성기업지회의 변론을 맡은 김차곤 변호사는 "금속노조는 2004년 중앙교섭을 통해 '금속노조 사용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손배, 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라고 합의했음에도 유성기업은 이를 무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에서 손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2011년은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매출 이익이 증가했다"며 "당시 회사는 손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법원이 입증되지 않은 회사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입증되지 않은 회사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며 대전고법에 공정한 판결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측의 손배청구 목적이 노조탄압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손해를 끼쳤다면 노동조합에 청구하면 될 일인데,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을 개인별로 모두 대상자에 포함시켰다"며 "쟁의행위를 결정하는 권한도, 책임도 없는 조합원들까지 무조건 포함시킨 것은 손해배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조합원들을 겁박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용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도 "2014년 조합을 만들고 1년이 채 안 되어 손배가압류가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85명으로 출발한 조합원 수가 27명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손배가압류가 실제로 노조파괴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유성기업의 손배청구소송 2심 선고는 오는 17일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다.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7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