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24 뉴스토마토] 시민들 손잡은 '노란봉투법', 정치권 손놓나

 

시민들 손잡은 '노란봉투법', 정치권 손놓나
"노조 손해배상 피해 줄이자"…환노위 법안 처리 불투명
 
 
4만7000원의 기적을 담은 '노란봉투법'이 입법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노동조합의 손해배상·가압류 소송 피해를 줄여 달라는 바람도 국회에 가닿지 못하고 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심사 안건으로 올렸다. 이 법안에는 노동조합의 손배·가압류 피해를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정리해고를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노조의 손배 책임 면제 범위를 늘렸다.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손배 청구 금액에 상한도 두도록 했다. 은 의원은 "노조 활동으로 손배 책임을 지면서 조합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손배 소송이 노조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제기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손배·가압류는 노조 활동을 옥죄는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파업을 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 소송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에도 156억에 이르는 구미 KEC 손배소 1심, 40억원의 대전 유성기업 손배소 2심 등이 줄줄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노총 집계를 보면 손배·가압류 문제를 겪는 사업장은 지난해 17곳에서 올해 22곳으로 늘었다. '부르는 게 값'인 청구 금액만 1300억원가량에 달한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2월 용인에 사는 주부 배춘환씨는 한 시사 주간지에 4만7000원이 든 노란봉투를 보냈다. 파업으로 인한 47억원의 손배 판결로 고통받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소식을 접하면서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4만7000원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내기 시작했다. 가수 이효리가 참여하면서 화제가 된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3개월여 동안 14억7000여만원이 모였다. 시민단체 '손잡고'는 입법 활동과 함께 모금액으로 피해 가구에 긴급 생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노란봉투법이 입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리해고 파업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놓고 여당의 반발이 만만찮다. '노동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건 정부는 오히려 일반해고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날 노란봉투법을 심사할 예정이었던 환노위는 새누리당의 '노동 5법'을 둘러싼 힘겨루기 탓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1년에 걸쳐 만든 법안인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지난 10월1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신의 어깨를 톡톡! 노란봉투 talk talk! 쇼!'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은수미 의원(왼쪽부터) 등 참석 의원들이 '손배 가압류' 문구가 적힌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