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두 번 죽이는 생탁 손배 소송 철회하라”
‘손잡고’·생탁·택시대책위, 공동 기자회견... 부산지법, 선고 내달 17일로 연기돼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부산의 대표적 막걸리 업체인 부산합동양조(이하 생탁)가 노조에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을 앞두고 시민사회와 노동단체 등이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손배소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요구에
거액 손배소 폭탄 안긴 사 측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생탁·택시 고공농성 부산시민대책위,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19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인데도 이를 문제 삼아 손배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 같이 요구했다.
생탁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열악한 근무조건에 항의하며 회사설립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한 뒤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차례 교섭에도 장기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사 측은 파업 손실의 책임을 물어 조합원들에게 1억2500만 원이라는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사장 25명에 대한 명예훼손 100만 원, 파업에 따른 매출 감소 4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생탁은 1970년 부산지역의 막걸리 양조장 43곳이 모여 만든 업체로 동업자 개념의 사장 41명이 전체 수익금을 나눠 가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소송은 파업사태가 벌어진 장림공장 사장 25명이 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것이다.
사측은 손배소를 통해 “노조원들이 법이 허용하는 쟁위행위를 넘어 불법으로 시설에 침입하고, 과장된 사실로 기자회견을 열어 생탁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원고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 7개월 동안 노숙농성도 모자라 218일째 부산시청 앞 전광판(광고탑)에서 고공농성 벌여온 생탁 노동자들은 사 측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탁 노동자들과 대책위 등은 “파업 장기화의 원인은 교섭을 해태한 사측에 있고, 매출감소 또한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사 측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한 “파업 6개월 차에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추석 상여금 지급을 요구하며 경리실을 방문한 것까지 불법침입으로 몰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만큼 법원이 상식적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 등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교섭권까지 빼앗겨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손배소가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수단이 되지 않도록 법원이 정당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 손배소 문제를 지원하고 있는 이수호 손잡고 공동대표는 “손배소는 노조활동을 범죄시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면서 “사 측은 지금이라도 진정성있는 대화에 나서 말도 안되는 손배소를 철회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원에도 “양심과 상식에 근거해 온당한 판단을 내려달라”며 “손배가압류가 노동자 탄압의 도구로 쓰여지지 않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생탁 노조원들에 대한 손배배상소송 선고를 변론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음달 17일로 연기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