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 물린 배상액입니다”
가혹한 손배소 금지 ‘노란봉투법’
국회통과 기원 토크콘서트 열려
고통받는 노동자들 생생 증언도
파업을 주도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공격적인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에 힘을 싣기 위한 ‘노란봉투 톡톡쇼’ 토크콘서트가 19일 오후 3시30분께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영화감독 변영주씨의 사회로 무대에 오른 정의당 심상정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우원식·홍종학·최민희 의원은 ‘손배·가압류’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객석 쪽으로 날리며 “노란봉투법 톡톡, 싹틔우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쌍용차·철도노조·유성기업·문화방송 등 최근 수십~수백억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던 노동자들로 꽉 찬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콘서트장의 공기는 이내 무거워졌다. 파업에 참여했다가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치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말문을 뗀 이창근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회사가 낸 손배소에서 2심까지 졌는데 지연 이자까지 합치면 50억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한다.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 들어간 인지대만 2000만원이 넘었다. 막연한 남의 이야기일 땐 잘 모르지만, 내 문제로 닥치면 아득함을 넘어 공포스러운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뒤 자살 등으로 목숨을 잃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은 모두 28명에 이른다.
노사분쟁이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성기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종인 유성기업노조 지회장은 “회사 쪽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12억여원도 모자라, 경찰까지 진압 과정의 부상 및 위자료 등에 대해 소송을 걸어 추가로 4500만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다. 모금활동으로 근근이 갚아나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 등을 벌였다가 여섯 차례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당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최은철 전 사무처장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했지만 모두 불법 파업으로 규정됐고, 그때마다 손배소와 가압류가 뒤따랐다”며 “배상액을 집계하다 보면 억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동자들이 물어내야 할 배상액은 사실상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집계한 손해배상액을 보면 쌍용차 47억원, 케이이씨(KEC) 300억원, 한진중공업 158억원, 철도노조 313억원 등 22개 사업장에 1300억원이 넘는다. 변영주 감독은 “사과 박스에 1만원짜리 지폐를 가득 채우면 6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사과 상자 216개를 1만원권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금액을 노동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신음에 가까운 한숨이 터져나왔다.
노란봉투법이 발의되는 데는‘노란봉투 캠페인’의 힘이 컸다. 2013년 1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쌍용차노조에 47억여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주부 배춘환씨가 아들의 학원비를 아껴 모은 4만7000원을 한 시사주간지에 보낸 게 시작이었다. 십시일반 ‘노란봉투’가 이어졌고 가수 이효리씨 등이 참여하면서 모금액은 17억여원까지 늘었다. 캠페인은 쌍용차노조를 넘어 합법 파업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는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이어졌다. 노란봉투법을 대표발의한 은수미 의원은 “맨 처음 의정활동을 2012년 5월 쌍용차 노동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국정감사 질의도 쌍용차 손배·가압류 관련 내용이었다. 남은 임기 안에 노란봉투법 개정을 꼭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