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노동권지킴이에게 편지쓰기] 굴뚝에 앉아있을 차광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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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노동권지킴이에게 편지쓰기] 

굴뚝에 앉아있을 차광호 아저씨 - 임가희 님 편지

손잡고로 도착한 손편지 가운데 손잡고가 오늘 고공농성 1년을 맞은 차광호 님 앞으로 도착한 손편지 한 통을 함께 나눕니다.

 

To. 굴뚝에 앉아있을 차광호 아저씨

안녕하세요. 차광호 아저씨. 저는 구미에서 조금 먼 광주광역시에서 살고 있는 한 학생이에요.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겠죠? '~씨'보다 정감있잖아요.

제가 아저씨의 이름과 상황을 알게 된 건, 일-이주 전이었나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공유된 글을 보게 되어서에요. 아, 맞다. 제 이름은 임가희에요. "고공에 있는 노동권 지킴이 차광호, 강병재, 송복남, 심정보 님에게 응원의 손편지를 써주세요!"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아니, 그 전에 저는 창 밖에 하늘을 보고 있었어요. 하늘이 되게 예쁘다고 생각하면서요. 노을이 져가면서 연보라빛을 띄었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는, 고공에 홀로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도 이 하늘이 예쁠까, 공유된 글을 보면서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들이 있는 굴뚝과 크레인에서 바라보는 연보라빛 하늘은 어떤 하날일까 궁금해지며 조금 울적해졌어요. 고층 아파트에 누워 감상하는 하늘과는 다르겠죠...

그리고 저는 좀 놀랐던 게 1년이 되가는데도 언론에서 아저씨 상황을 보거나 읽은 적이 없었거든요. 누구나 아픔과 고통은 있겠지만, 함께하며 치유하고 바꿔나가야 하는 아픔이 있어요. 개개인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크게 보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고 연대하여 공론화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아픔인데. 아저씨의 상황과 고공에 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그런 아픔이겠죠.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모르는 어느 누군가는 외롭고 쓸쓸하게 하늘을 보고 있겠죠.

사실 이 편지도 진작 쓰려고 했는데, 시험 공부도 해야 했고, 일상이 바빠 이제야 써써 보내요. 알량한 허영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픈 사람들을 돌아보고 싶은데 일상이 참 바쁘고 어쩔 땐 벅차기도 해요. 그래서 저의 이 짧고 작은 편지가 큰 응원이 되진 못하더라도... 아저씨가 꼭 보셨으면 해요. 작은, 아주 조그맣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전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 적만 해도 '노동자'란 단어를 들으면요 공장에서 기름때가 묻고 땀이 흘린, 멜빵바지가 생각났어요. 그런데 당장 제가 알바를 하면 저도 노동자가 되죠. 사무실 딱딱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며 일하는 직원도 '노동자'라는 걸요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제 안의 어떤 편견과 (그건)사회적으로 만연한, 혹은 주입된 인식 때문이겠죠. 노동교육이 필요해요. 정말로요.

편지를 쓰기 앞서 아저씨가 어떤 분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였는지를 알고 싶어서 검색을 했고, '나는 왜 굴뚝에 올라왔는가' 영상을 보았어요. 굴뚝은 너무 좁고, 너무 높네요. 힘들고 무섭고 쓸쓸한, 긴 싸움이 될 거란 걸 아셨으면서 올라가셨단 거. 아저씨는 용기있는 분이란 걸 알았어요. 400명의 사람들이 5년을 공장 사수하며 싸웠단 것. 그래서 고용·단체협약·노동조합 승계를 얻었다는 것. 6년만에 공장이 다시 돌아간 것. 그러나 이년 만에 폐업청산이 되고 200명 넘는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11명이란 것. - 치열하고 굳센 또 하나의 역사네요!

굴뚝에 세 명이 올라가려 했지만 남아있는 인원이 워낙 적어서 밑을 지키고 응원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그래서 아저씨가 올라갔단 거요. 아저씨, 저는 희망이란 게 어쩔 땐 잔인하게 느껴져요. 자꾸만 기대하게 만드니까요. 그런데, 그래도 희망을 갖는 이유는 그 희망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또 아저씨가 갖는 희망은 사람과 삶을 향한 것이기에 아름다워요. 아저씨에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의 어느 시를 옮겨적어 보여주고 싶어요.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 끝까지- 광주에서 가희가

2015.05.06 수요일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 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 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 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입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상으로 지상으로 밀고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는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 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