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지회 노동자 자살기도 사건에 대한 논평]
벼랑 끝에 몰린 손배소 피해 노동자의 손을 잡을 때다
손배폭탄이 또다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6일 새벽 현대자동차 울산변속기 공장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가 유서를 남기고 죽으려고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2010년 정규직 전환 파업에 참여한 후,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70억 손배판결을 받은 지 보름만이다. 지난 10월 23일 울산지방법원은 2010년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가 벌인 파업 참가 노동자 122명에게 7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 또한 이들 122명 중 한 명이다.
다행히 바로 동료가 발견해 응급처치를 받도록 하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조합원 모두 미안합니다. 저 너무 힘들어 죽을 랍니다.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라고 적혀있다. 그에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손배 판결에 앞서 지난 9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이긴 것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사측의 항소로 정규직 전환이 미루어지기는 했으나 그는 ‘정규직’이라는 희망을 꿈꿀 수도 있었다.
그 희망은 손배폭탄 앞에서 무너졌다. 우리는 손배가압류가 남용되는 한 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결국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벌인 2010년 파업은 같은 해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후, 조합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1월 15일부터 울산공장을 25일 동안 점거한 파업이다. 현대차는 이 파업을 두고 323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7건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고 신규채용에 합의한 67명에 대해서는 손배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회사가 노조의 파업에 손배소 제기로 대응하고, 손배판결이 나면 이를 빌미삼아 또 다시 노조와 노동자를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소송을 진행한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임을 인정받고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커녕 수십억의 손배폭탄만 끌어안게 된다.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가 동료에게 드러낸 스트레스와 억울함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지회장이 억대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10년이 지났다. 오늘도 여전히 다수의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고 있다. 2014년 7월 기준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손배청구액은 무려 1691억에 달한다.
손잡고는 지난 5월~10월까지 노란봉투캠페인 모금으로 총 두 차례 ‘손배가압류 피해자 긴급생계의료비지원사업’을 벌여 총11억 7천여만 원을 329건의 피해가구에 지원한 바 있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회에 소속된 손배가압류 피해자도 기금신청을 하였으나 해고 노동자 중심으로 신청을 하도록 양보하느라 해당 노동자는 지원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잡고는 더 이상 비인도적인 손배청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힘쓸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지키고 인정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임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