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행복’은 곁에 없지만
노란봉투 캠페인 지원 사업이 모두 마무리됐다. 4만7547명이 모은 마음이 손배·가압류로 인해 위기에 처한 329가구의 ‘밥’이 되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손배·가압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저희는 그저 곁에만 두면 행복해집니다.” “그럼 나도 한번 행복하게 해보거라.”
쌍용차 해고자 김 아무개씨는 텔레비전에서 메리츠화재 CF가 나올 때면 치미는 화를 참기 어려웠다. 리모컨에 분풀이하는 날이 반복됐다. 2009년 파업 이후부터였다. 메리츠화재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발생한 화재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110억원가량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노동자들에게 제기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노란봉투 지원신청서에 자신에게 걸려 있는 각종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의 압박감을 토로했다.
노란봉투 캠페인 제2차 긴급 생계·의료비 지원배분 심사가 끝났다. 지난 7월7일 1차로 137가구에 총 5억2000여만 원이 집행된 데 이어, 이번에는 192가구에 총 6억5000여만 원이 지원된다. 이번에는 회사 측과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상급단체 조합원이나 시민단체 활동가가 속한 20여 가구가 대상에 포함됐다. 연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손배·가압류 ‘폭탄’을 맞은 이들이었다.
한 명이 8건의 손배·가압류 소송에 시달리기도
전체 신청자 중 가구 전체 소득이 ‘0원’인 가구가 19%에 달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가스비를 비롯한 각종 세금 및 월세 같은 생계비 지원 요청이 대다수였다. 4인 가족 이상의 비율이 52%, 이 중 다자녀(자녀 3인 이상) 가구는 22가구에 달했다.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인한 의료 지원 요청도 38%나 됐다. 192가구 중 63명의 신청자는 ‘다중’ 손배·가압류 소송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대 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신청자도 있었다.
1·2차 배분 사업의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남기철 교수(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손배·가압류가 얼마나 비인도적 조치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치졸하고 비윤리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퍼지고 표현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노란봉투 캠페인 지원 사업은 모두 마무리됐다. 4만7547명이 모은 마음 덕분에 손배·가압류로 인해 위기에 처했던 329가구가 당장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손배·가압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손잡고’는 연극제와 백서, 모의 법정, 법·제도 개선사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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