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16 한겨레] ‘세월호’에 탄 파업노동자를 구조해주세요

 

 

[토요판] 손잡고 / 조국 교수 기고

 

정부와 기업은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하여 노동자의 월급, 퇴직금, 집, 전세금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노조에서 탈퇴하거나 퇴사하면 이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회유합니다. 법원은 파업권이 갖는 헌법적 기본권의 성격을 경시한 채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계약 위반이라는 논리를 수용하여 노동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떠안깁니다. 웬만한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노동적 법 집행과 법 해석입니다. 파업으로 감옥에 가는 것은 몸으로 때운다 치더라도,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립니다. 그 결과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포자기하고 노조를 탈퇴하였고 그들의 가정은 파탄 났으며, 심지어 여러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요컨대, 파업을 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은 ‘세월호’에 태워지는 셈입니다.

 

이 참담한 현실의 수렁에 빠진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다 못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주부 배춘환씨가 4만7000원을 <시사인>에 보내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각계각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하는 남편의 아내로서, 애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엄마로서 보내는 돈이에요”라는 배씨의 편지는 우리 심금을 울렸습니다. <시사인>과 ‘아름다운 재단’이 손을 잡았고, 시민들은 ‘손잡고’를 결성했습니다.

 

가수 이효리씨와 만화가 강풀씨가 참여했습니다. 레고 조립이 취미인 학생은 자신이 사려는 3만9000원짜리 레고 세트를 사지 않고 돈을 보내왔습니다. 여섯살 어린이는 자신의 전 재산이라는 2500원을 보내왔습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선물을 살 돈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커피, 영화관람, 화장품, 술 등을 아낀 돈을 보낸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어떤 재소자는 교도소에서 현금을 보낼 수 없다면서 우표 4만7000원어치를 보내왔습니다.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 학생 10명은 4만7000원 대신 각각 4700원을 입금했습니다. 이 중 라혜원 학생은 ‘노란 봉투 이야기’라는 주제로 47개의 캘리그래피 작품을 보내기도 했고요. 그리고 에스케이(SK)텔레콤 노동조합은 내부 모금을 통해 3631만1000원이라는 거금을 보내왔습니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는 47달러를, 동유럽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40유로를 보내왔습니다.

 

모두모두 감동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었습니다. ‘손잡고’를 준비한 사람들도 이렇게 뜨거운 호응을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승자독식,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속에는 공감과 연대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감하는 인간’이고 ‘공생하는 인간’이었습니다. ‘노란 봉투’ 캠페인의 결과 손배·가압류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찬 노동자들이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일 ‘만해사상실천위원회’는 ‘손잡고’와 ‘노란 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만해대상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손잡고’의 노란 봉투 캠페인은 국가의 법률적 판단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으로 밀려난 약자들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많은 사람이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통인 사회적 부조의 미덕을 살려내는 일이자 만해사상의 21세기적 실천이라 생각된다. 해고노동자들의 실정법 위반 여부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기 위해 자발적 참여로 ‘노란 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받을 만한 이유이다.”

 

▲회사 쪽의 손해배상·가압류·업무방해죄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손잡고’의 출범식이 26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손잡고’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 쪽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과 관련한 법 제도 개선, 사회 의제화 활동, 모금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유성기업, 철도노동조합, 발레오만도 등 17개 노조 소속 노동자에게 청구된 손해배상과 가압류 금액은 1691억원에 이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란 봉투’ 1차 모금에서 시민 4만7547명이 참여하여 약 14억7000여만원이 모였습니다. 1차 모금에서 모인 돈 중 5억2000여만원은 손배·가압류 피해 137가구의 긴급생계의료비로 우선 지원되었습니다. 근본적 해결은 아니었지만, 생활비, 의료비, 자녀 학자금 등이 없어 난감하던 가정에 한 자락 빛이었습니다.

 

‘손잡고’는 노동자 가족에 대한 2차, 3차 지원과 함께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의 요건을 엄격히 하고 범위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의 현황을 소개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과 이유서를 준비하고, 여야 가리지 않고 법률 개정을 위한 설득과 압박에 나설 것입니다.

 

조국 교수.

 

대한민국이 노동과 노동자를 억압하고 배제하고 말살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 여러분께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돈 폭탄’을 맞은 노동자와 그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시민 여러분의 ‘십시일반’을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손잡고 공동대표

 


 

 

 

손잡고는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줄임말입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손해배상과 가압류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모임입니다. 손잡고는 노란봉투캠페인과 함께합니다.

 

손잡고 후원 안내 : 손잡고 누리집 www.sonjabgo.org ‘손잡기’를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후원금은 손배가압류 문제해결을 위한 사업과 시민들과 함께하는 ‘노동법 알리기’ 학술문화 캠페인에 사용됩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513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