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6.30 시사인] 이번엔 ‘돈’이 아니라 ‘이름’이다

또다시 울고야 말았다. “1인 시위를 마친 오지숙씨가 흰 순두부를 시켰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응원하러 같이 간 주부는 금방 알아차리더라. 입안이 다 헐어서 매운 걸 못 먹는 걸 거라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달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른바 ‘앵그리 맘’들의 좌담을 읽으면서다(22~25쪽 기사 참조). 1인 시위를 처음 시작한 오지숙씨는 경기도 분당에 사는 서른여섯 살 주부로, 다섯 아이의 엄마다. 세월호 소식을 접하고 한참을 울기만 하다 ‘이대로 잊히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참사 13일째인 4월28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매일 분당과 광화문을 오가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4시간씩 점심도 거른 채 꼬박 1인 시위에 쏟아 부은 그녀는 40일 만에 몸져누웠다. 그러자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엄마들이 나섰다. “지숙씨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며 번갈아 광화문광장에 서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처럼 ‘평범한 엄마’들을 광장으로 불러내는 것일까? 요약하면 세 가지다. 이대로 잊히면 안 된다. 언제 나와 내 아이의 일이 될지 모른다.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서 미래의 대한민국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보자. 어느 누구도 부정하고 외면할 수 없는 명제다.

그래서 도 동참하기로 했다. 마침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 국민의 서명을 받기 위해 7월2일부터 버스 투어에 나선다고 한다. 특별법의 취지가 서울 광화문에 나온 엄마들의 뜻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번 호 에 ‘또 하나의 노란 봉투’를 동봉한다(30쪽 기사 참조).

사실 을 보낼 때 별도의 인쇄물을 넣기로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의외로 많다. 별도 인쇄물은 비록 한 장짜리라도 정기간행물이 아니기 때문에 본지 자체가 우편료 할인을 못 받아 비용이 수천만원 발생한다. 회신용 봉투만 동봉이 가능한데, 그것도 일정 무게를 넘기면 추가비용이 상당하다. 표지에 별도 인쇄물이 들어간다는 것도 꼭 밝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독자들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서명 회신용 봉투를 넣기로 한 건 그만큼 진상 규명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분노한 여론을 담아내겠다며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한 세월호 국정조사는 파행을 거듭하며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총리 찾기에 거듭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한 총리를 유임시키는, 아연실색할 인사 카드를 꺼내든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건 무망하다. 잊히지 않으려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엔 ‘돈’이 아니라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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