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돕자”…2만5천여명의 ‘노란봉투’

정리해고 사태 5년…끝없는 고통

손배 47억여원·가압류 20억여원
해고자 등 생활고에 시달려
모금액 일부 긴급생계비 지원키로

“(2009년 정리해고 때) 저는 ‘산 자’(비해고자)였어요. 하지만 저도 언젠가 잘릴 수 있고, 내 아들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부당한 정리해고를 막으려고 파업에 참여했죠.”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만난 이재원(가명·38)씨는 자신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참여했다가 징계해고당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잃은 건 직장만이 아니다. 회사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며 가압류까지 걸었다. 이씨도 퇴직금과 집에 1000만원씩의 가압류가 걸려 있다. 해고 전에 빚을 내어 집을 사 매달 원금과 이자 부담에 시달리던 그는 집을 전세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가압류된 집을 보러 오지 않았다.

 

다른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웠다. 평택엔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힌 노동자한테 일자리를 주는 곳이 없었다. 그는 결국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 나가 일하다 1년 전 집으로 돌아왔다. 가압류는 그대로다.

 

쌍용차 조합원한테 2009년은 가혹한 시기였다. 회사는 그해 4월8일 2646명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고, 한달 뒤인 5월8일 고용노동부에 이를 신고했다. 꼭 5년 전이다. 그해 6월8일, 회사는 마침내 정리해고를 실행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는 그해 5월22일부터 8월6일까지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으나 정리해고를 되돌리지 못했다.

 

법은 쌍용차 조합원의 편이 아니었다. 47억8767만250원. 지난해 11월29일 수원지법 판결에 따라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회사와 경찰한테 치러야 하는 손해배상 액수다. 판결 전까지는 한해 5%, 그 뒤에는 20%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현재 조합원 93명한테 20여억원이 가압류된 상태다.

 

지난 5년간 쌍용차 해고자와 그의 가족 25명이 숨을 거뒀다. ‘해고와 손해배상’이라는 이중의 압박이 거둬 간 생때같은 목숨이다.

 

오랜 절망의 틈새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스며들었다. 올해 2월 서울고법은 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부풀려 ‘회계조작’을 했다며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10만명이 4만7000원씩, 모두 47억원을 모아 쌍용차 노동자를 돕자는 한 여성 시민의 제안을 바탕으로 손해배상·가압류 노동자를 위한 ‘노란 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쌍용차 해고자 출신인 박영수(가명·43)씨는 “언제 끝날지 모를 손해배상에 월급날만 되면 열을 받아 술을 마셨다. 지금은 ‘노란 봉투’에 참여하는 분들의 정성에 누를 끼칠까봐 술을 마시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복직했는데, 여전히 월급의 50%를 압류당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노란 봉투 모금에는 6일까지 2만5109명이 참여해 13억5651만4446원이 모였다.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기구인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는 이 모금액을 쌍용차 노동자를 포함해 손배·가압류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긴급생계비(1인당 490만원)로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 1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그날’ 이후 다섯번째 맞은 5월, 쌍용차 해고자들은 복직과 함께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노란 봉투 누리집(socialants.org)이나 계좌(하나은행 272-910017-02504, 예금주 아름다운재단)를 통해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노란 봉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평택/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358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