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2.06 한국일보사설] 노조 옥죄기 위한 '무분별 손배소송' 문제 많다

노조 파업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 관행에 제동을 걸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ㆍ노동계 인사 100여명은 이달 중순 범사회적 기구인'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를 발족하고 법ㆍ제도 개선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이를 올해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손배소 판결과 금액 등 전국적인 실태파악에 나섰다.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최근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규모가 노조와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철도파업과 관련해 15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 재산 116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인 한진중공업 노조에 대해 5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쌍용차 노조원들에 대해 각각 90억원, 47억원을 물어내라는 판결이 나왔다. 저임금과 차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나 정리해고로 5년 동안 고통 받고 24명이 죽음에 이른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배상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손배ㆍ가압류는 노사갈등 현장의 퇴행적이고 해묵은 쟁점 현안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사용자는 거액의 손배소와 가압류로 대응하고 노사갈등은 악화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사측은 노조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소를 남용하고 법원은 판례에 기대 기계적인 판결을 내리는 게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법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소송을 남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영국은 조합원 수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가액을 법으로 제한하고, 독일은 단체협약을 통해 손배 상한선을 미리 합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통상적인 파업권 행사가 아닌 폭행, 파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진다.

현재 국회에는 손해배상청구 요건과 범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국회는 손배소ㆍ가압류가 노조의 존립과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시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2/h201402052103197607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