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논평]
35억원 천문학적 노동자 손배에 대해 ‘심리조차 생략’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현대차 파견법위반 저항한 연대자에 제기된 손배 대법원 재상고심 심리불속행기각에 부쳐-
오늘 대법원이 개인에게 확정이자까지 3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인정하면서 ‘달리 심리하지 않기로 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파견법 위반에 대해 2010년 하청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벌인 파업에 대해, 산별노조 활동가 등 연대자 4명만 남겨 20억원을 청구한 사건이다. 파기환송심에서 20억원에 확정이자까지 35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1400여만원의 법률비용을 십시일반 모금해 대법원에 재상고한 지 약4개월만에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했다.
심리불속행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심리의 불속행)에 따르면 심리불속행기각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때”를 첫 줄에 기재하고 있다.
시민들이 재상고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간명하다. 지난 2023년 상고심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와 맞지 않는 결과가 파기환송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손해에 미친 인과성을 다시 판단해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이며 부산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는 쟁의행위를 결정한 주체가 아닌 상급단체 활동가이자 연대자인 4명에게 청구금액 그대로 배상을 인정했다. 책임을 일부 제한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손해의 인과성을 따지면서 20억원의 원금에 대해 4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 단지 ‘업무방해죄’ 또는 ‘업무방해방조죄’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 민사손배의 이유이다. 그 자체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위축될 우려가 매우 크다. 즉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인 것이다.
유엔사회권위원회에서는 지난 2017년 4차 심의에서 쟁의행위 참가한 노동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 형사처벌과 민사손배로 이어지는 행태에 대해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에 대한 보복조치’로 규정하고 ‘파업권 위축’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당사국의 개선을 권고했다.
손잡고는 본 손배사건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사건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작성헤 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하는 동시에 대법원에도 의견서를 넣었다. 5차 심의를 앞두고 국제사회 권고에 정확히 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심리불속행기각’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본 사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정확하게 배치된다.
회사가 지목한 대상자는 쟁의행위 결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도자’로 둔갑해 거액의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본 손해배상사건이 ‘파견법 위반’이라는 현대자동차의 기업범죄에 대한 하청노동자들의 저항을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더 큰 문제다. 이제 힘없는 노동자는 그 누구도 감히 기업범죄에 대해 감히 저항하지 못하도록, 대법원이 ‘판례’라는 족쇄를 다시 한 번 채운 셈이라는 점에서 더욱 유감스럽다.
판결이 가질 파장을 알면서도 이유조차 설명 없이 개인에게 35억원의 배상책임을 지운 것, 법이 국민의 권리 앞에 이토록 비정할 수 있는가.
대법원에서 ‘달리 심리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
대법원은 본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라.
아울러, 오늘 법원 판결은 ‘노란봉투법’이 아니고서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사법부가 증명한 사례다.
국회와 정부는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노란봉투법을 즉각 시행하라.
2025년 7월 3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