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논평]
인과성 입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손배 제기에 제동을 건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노란봉투법으로 손배제도 악용의 역사를 중단하자.
-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과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에 대한 대법원의 손배소 선고에 부쳐-
오늘 대법원은 10년 이상 장기화된 손배사건 6건을 두고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고법에 환송”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0년 진행한 쟁의행위에 대한 판결(2017다6498)에서, 대법원(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고정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파업 종료 후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추가 생산을 통해 손해를 만회했다는 피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고정비 손해 산정 과정에서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인과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다시 다투도록 했다.
2010년, 2012년 발생한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선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손배 사건에 대해서도(2018다41986, 2018다20866, 2018다21050, 2017다46274) 대법원은(주심 노정희 대법관)마찬가지로 고정비에 대한 손해 산정에 대해 파업과의 인과성을 원심에서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특히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던 정규직과 산별 활동가들만 남았던 사건(2017다46274)을 두고 개별 조합원들의 행위가 손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 다투도록 했다.
쌍용차 회사 손배사건(2019다38543)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청구 당시 감정액 가운데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은 금액이 18억여 원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심에서 다투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점거’파업이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인과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못 박은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파업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파업 배경에 각각 불법파견이라는 기업의 불법행위와 경영상위기를 초래한 경영자의 과실이 있음에도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손배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고스란히 남았다는 점이다.
또한 손배소가 남용된 현실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손배사건에서 현대차는 ‘조건부 소취하’를 통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포기한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소취하를 했다. 사실상 오늘 대법원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은 끝까지 저항하고 재판을 통해 기업의 ‘불법파견’에 맞선 노동자들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대한 정규직과 산별노조 활동가에게만 20억 원을 선고한 사건의 상고심(2017다46274) 역시 실제 2010년 파업의 행위 주체들은 조건부 소취하한 결과 연대자들 만이 남았다.
이런 점에서 손배소는 손해를 배상하려는 목적이 아닌 저항하는 노동자에게 괘씸죄를 묻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 판결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재확인한 판결이다.
정부와 국회는 노란봉투법을 즉각 입법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정리해고와 같이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과성조차 입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손배청구의 흑역사를 끊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사법판결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2023년 6월 15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