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버팀목"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송전탑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회찬②
조현연 기자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37467&CMPT...
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송전탑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회찬① 에서 이어집니다.)
16건에 247억원이라니...
회사가 징계, 해고 등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수단이 바로 손배 가압류다. 노동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손배 가압류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는 수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손배 가압류가 걸리면 노동자들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추후에 손배를 제기할 것이라고 하면서 가압류를 먼저 신청한다. 노동자의 금전, 부동산, 전세 자금, 임금 통장 등이 가압류에 묶인다. 가압류를 걸 때는 당사자들 모르게 신청할 수 있다. 통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가압류를 결정한다. 당사자들은 나중에 결정문을 받고, 은행의 통보를 받고서야 알게 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항변할 기회도 없이 재산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이후 손배청구 소장이 날아오면서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된다. 소송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금액이 너무 적으면 회사가 항소하고, 금액이 너무 크면 노동자 측이 항소하면서 소송은 대법원까지 간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의 고통만 배가된다. 1심 판결에서 회사가 청구한 금액 일부라도 법원이 인용하는 판결이 나오면 다음날부터 지연이자가 생긴다. 연이율만 12%다(손지민 기자, 회사 불법에 맞섰는데 손배 가압류… 노동자 삶이 무너진다, 서울신문, 2020.11.23.).
현대자동차에서 손배가 청구되고 건수가 늘어난 시점은 대법원이 고심 끝에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후인 2011년부터였다. 16건 247여억 원. 90억, 10억, 10억, 20억, 2억, 70억, 10억, 3억, 2억, 1억, 10억, 11억 등. 쟁의행위를 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노조,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연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현대자동차가 청구한 손배청구액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1명에 대해 20억 원, 22명에 대해 90억 원, 122명에 대해 7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는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권익과 함께 대법원의 최병승 승소 판결을 무력화시켰다. 당시 20억 소송의 대상이었던 최병승은 2013년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손해 배상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현대차는 최병승에 대해 업무 방해로 고소했고, 1심 재판부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공소장까지 변경해가며 '업무방해 방조'로 고소한 것이다. 불법 파견의 상징 최병승을 '손해 배상의 올가미'에 가둬,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서 싸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 296일 동안 철탑농성을 마친 뒤. 철탑에 같이 올라갔던 천의봉씨(왼쪽)는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고, 경찰 조사를 마친 최병승씨가 잠시 병문안을 왔던 모습. ⓒ 변창기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96일 동안 "철탑농성"을 벌였던 최병승 씨는 사측으로부터 20억 손배소를 당했었다. 최씨가 2013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남소연
대법원 판결은 현대자동차 담벼락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투쟁과정에서 무시로 손배 가압류가 발생했다. 불법을 시정해 정규직화를 이행하라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손배가압류로 되돌아왔다. 피해당사자가 다시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해를 거듭해 천문학적 액수로 불어난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액 앞에서 대다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신규채용 압박에 굴복했다(이남신, '가짜사장' 전성시대, '불법'의 온상이 된 대기업들: [손잡고 손배소송 기고문③] 손배가압류로 돌아온 대법원 현대차 하청노동자 승소 판결, <오마이뉴스>, 2017.1.19.).
문제의 발단은 구두선이 되고만 헌법과 대법원 판결이었다. 노동3권을 명시한 헌법 33조가 문제였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며 파업했다. 그 결과 되돌아온 건 구속과 해고, 손배가압류였다. 헌법과 대법원이 재벌 사업장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숨죽인 꼴이 되고 말았다.
손잡고와 노회찬 :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손 잡아준 든든한 버팀목"
2014년 2월 26일 쟁의행위에 따른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사회적 기구인 '손배가압류를 잡자!손에손을잡고'(약칭 손잡고, 대표: 조은, 고광헌, 이수호, 조국)가 공식 출범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가압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손잡고'가 '아름다운 재단' 및 주간지 <시사IN>과 함께 진행한 노란봉투 캠페인은, 쌍용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회사와 국가가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47억의 손배 배상액에 대해, 시사인의 독자 배춘환 주부가 4만7000원씩 10만명이 마음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회사가 주는 월급봉투인 노란봉투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도록 하는 해고봉투라는 사실에 착안해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손잡고' 출범 전 손해배상 청구의 몇몇 사례를 보면 이렇다.
- 2014년 초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철도노조가 23일간의 파업 이후 청구 당한 손해배상 금액은 162억 원.
- 2014년 2월 7일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 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이 2009년 파업의 대가로 물어내야 하는 돈은 47억 원.
- 현대차에서는 269억, KEC 300억, 한진중공업 158억, 문화방송(MBC) 195억, 유성 57억, 발레오만도는 26억 원을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측의 해고나 직장 폐쇄 등에 맞선 노동자들에게 청구.
▲ 이효리가 보낸 손편지 파업 후 손해배상 소송·가압류·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노란봉투"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이, 2014년 2월 15일 이효리가 직접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 아름다운재단
▲ 2014년 11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극장 "혜화동1번지"에서 열린 연극 "노란봉투" 첫 무대. 배우들이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한 자동차공장 파업노동자를 연기 중이다. ⓒ 강신우
2014년(11.25.~12.14.)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연극 <노란봉투>가 초연됐다.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 노조의 헌법 명시, 손배가압류 등의 주제를 세월호 사건과 함께 다룬 작품이다. 김정욱(쌍용차지부 사무국장), 정동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노회찬(정의당 의원), 김진숙(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가 깜짝 방문,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16년 12월 15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노회찬, 금태섭, 이용주 의원과 '손잡고'가 주관하고, 416연대, 강정법률기금모금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의 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인사말을 통해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문제점을 지적하고 집회·결사의 자유,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함을 강조했다.
▲ 2016년 12월 15일 국회에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공동주최한 노회찬 당시 정의당 의원이 발언 중인 모습. 노 의원은 "(방지를 위한) 입법적 노력 및 정치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노회찬재단
▲ 2017년 11월 28일 국회의원회관강병원·금태섭·노회찬·박주민·이정미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국가·기업의 괴롭히기 소송 남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 노회찬재단
"시민의 집회의 자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시민이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의 표상으로,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형사처벌의 형태 이외에 민사손해배상청구의 형태로 집회 및 쟁의행위의 주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집회 주최 측이나 쟁의를 주도한 노동조합에 대해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뒤, 졸지에 거액의 손배소송 피고가 된 단체의 핵심 재산을 가압류한다."
"이같은 경향은 대규모 집회의 개최 및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심각한 위축효과를 미친다. 정의당은 지난 10월 이정미 의원의 대표발의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강제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한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당론 발의했다. 앞으로도 집회참가자 및 쟁의에 참가한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를 통제할 방법을 고민하고, 입법적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
정부와 국회가 팔짱 끼고 있는 동안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해왔다.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는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노동자의 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했다.
같은 해 10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노조 할 권리 전면 보장 및 ILO 결사의 자유협약 비준을 주요 권고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파업 시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와 손배·가압류를 "노동자에 대한 보복 조치"라 명시하고 "당사국의 자제와 독립조사 실시"를 요청했다(장일호 기자, 「손배·가압류 소송은 어떻게 희망을 빼앗나」, <시사IN>, 594호, 2019.02.01.).
2017년 11월 28일 국회의원회관.
'국가손배소공동대응모임'과 국회의원 강병원·금태섭·노회찬·박주민·이정미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국가·기업의 괴롭히기 소송 남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전략적 봉쇄소송은 '괴롭히기 소송'"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 측이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를 남발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쟁의 기간 발생한 손실을 기업이 과도하게 책정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집회·시위 참석자 등을 상대로 국가가 배상을 청구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노회찬은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올해 10월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특히 노동자의 파업권에 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등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에 우려를 밝혔습니다. 나아가, '당사국이 파업권 침해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 조치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가 주목할 만큼, 쟁의행위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소송, 이른바 '괴롭히기 소송'은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현재 '괴롭히기 소송'은 노동자의 쟁의행위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등 대정부 집회에 대해서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집회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촛불시민혁명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촛불이 보여준 시민의식, 민주주의 정신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집회와 쟁의행위를 억압하는 '괴롭히기 소송'과 같은 그늘이 있고, 유엔으로부터 개선 권고까지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 '괴롭히기 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참석자들은 부당한 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에 참석한 박래군(손잡고 운영위원)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노동자 대상 손배소송·가압류 현황은 24개 사업장 65건, 누적 청구 금액 1867억 원, 가압류 금액 180억 원에 달했다. 박래군은 "손배·가압류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상시적 수단으로 변질했다"며 "노사 영역에서 적용되기 시작해 국가가 시민의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상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단체교섭 등 노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기업이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노란봉투법)을 언급하며 "국민·노조 및 노동자에 대한 국가·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법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도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안이 통과돼 집시법·노조법 등 개별 법률에 갇힌 헌법상 집회의 자유와 단체행동권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18년 1월 29일 국회에서 연극 <노란봉투> 공연이 열렸다. 공연 뒤 노회찬은 인권운동가 박래군(손잡고 운영위원) 사회로 진행된 입법토크에 함께 했다. ⓒ 노회찬재단
▲ 2018년 7월 23일 노회찬이 떠난 날, <손잡고>는 한 장의 사진을 올리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 손잡고, 노회찬재단
2018년 1월 2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손잡고'가 주관하고 강병원, 김병관, 노회찬, 박광온, 박정, 박주민, 이학영, 진선미, 최민호 의원실이 주최한 연극 <노란봉투> 공연이 열렸다. 공연을 마친 뒤 노회찬은 인권운동가 박래군(손잡고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입법토크에 함께 했다.
2018년 7월 23일 노회찬이 떠난 날, '손잡고'는 한 장의 사진을 올리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노회찬 의원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손을 잡아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손잡고의 시작을 함께한 발기인으로, 노동3권 침해하는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최근까지도 그 실천을 이어갔습니다. 노동자들 곁에서 위로와 지지를 보내준 진심과 실천을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의 빕니다."
노회찬 떠난 뒤에도, 계속되는 노동자 대상 손배소... 시간만 무심히 흐르고 있다
무분별한 손배소송을 막자는 취지로 ▲합법적 파업의 범위 확대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배청구 금지 ▲손배 청구금액 상한선 설정을 핵심 내용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19대 국회(대표발의: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2020년 5월 29일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국가가 시민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거액의 보상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방지하는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20년 11월 노동자에 대해 손배소가 진행되고 있는 회사는 모두 23개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58건에 소송액은 658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에 비해 손배소 금액은 12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이는 금속노조와 철도노조 등 상대적으로 노조의 힘이 강한 조직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배소가 취소된 '착시효과'라고 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비정규직 등 미조직되거나 힘이 약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손배소 폭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한겨레, 2020.11.12.).
한편 법원이 회사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피해를 보았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이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민주노조 파괴와 파업 파괴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본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 '손잡고'는 "손배·가압류를 막는 '노란봉투법'이 19대,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동안 손배·가압류로 노동권을 침해받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라면서 "21대 국회는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입법해 노동권이 '돈'으로 짓밟히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노동과세계>, 2021.2.23.)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공약으로 "국제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내법을 개정하겠다"며 "무분별한 손배·가압류와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책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도 정당한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과 손해배상·가압류 폐지를 공약했다.
2020년 3월 '손잡고'가 7개 정당(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민중당, 민생당, 녹색당, 국민의당)에 '노동자 손해배상 및 가압류에 대한 정당 정책 및 입장 질의서'를 보낸 결과 녹색당, 더불어민주당, 민중당, 정의당 등 4개 정당은 회신을 보내온 반면,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민생당은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쟁위행위에 경영진이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현행 법체계의 경직성' 차원에서 문제라고 바라봤다. 현행 법체계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쟁의행위의 적법성을 따져 '불법 쟁의행위'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3개 당은 '쟁의권은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쟁위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단체 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손해배상은 일부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3개 당은 "강제근로금지 원칙 상 노무제공 거부를 이유로 기업의 영업 손실 배상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했다(<참여와 혁신>, 2020.4.9.).
21대 국회에 들어와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정의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2021년 4월 현재까지 무분별한 손배소송 방지,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 등의 입법화와 관련해 특별한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난 것이 없다. 무심한 시간만 계속 흘러갈 뿐이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는 4월 27일(화) 게재 예정입니다('쌍용자동차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