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향해 ‘테이저건’을 겨눌 줄이야
‘경찰청 진상조사위’ 권고도 무시, 개혁 역주행으로 노동계 압박
윤지연 기자 원문보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3685 정부와 경찰이 유성기업 상무 상해사건을 빌미로 노동계에 대한 ‘공권력 강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큰 논란이 됐던 ‘테이저건’을 노사분규 현장에 적극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집권 초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과도한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특히 그간 논란이 됐던 경찰 무기의 사용을 ‘노사분규 현장’부터 도입한다는 계획이어서, 노동계에 대한 통제 및 압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대테러장비’인 ‘테이저건’을 노사분규 현장에 적극 활용 한다고?
22일 발생한 유성기업 상무 전치 4주 상해 사건 직후, 정부와 경찰은 노동계를 향해 엄정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는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지난 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간부 회의에서 “엄정하게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노사 분규 현장 등에 대한 ‘물리력 행사 지침’을 마련해 공권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경찰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그동안 위험성 논란에 시달려 왔던 ‘테이저건’의 활용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경제>는 ‘경찰이 공권력 강화 방안으로 노사분규 등 집단분쟁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테이저건 등 경찰 장구 사용을 적극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경찰 무기 및 장구의 사용 기준을 담은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 테이저건 다트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테이저건’은 경찰 무기 중 특히 위험성이 높은 살상무기로 알려져 있다. ‘대테러장비’로 분류되는 테이저건은 순간적으로 신체를 마비시켜 범인을 검거하는 무기다. 성능이 효과적인 만큼 위험성이 높아 미국에서는 300명 이상이 테이저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소란을 피우던 40대 남성이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 쌍용차 농성 투쟁 당시에도, 경찰이 쏜 테이저건으로 2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어 과잉진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테이저건은 보통 저항불능 상태까지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횟수에 따른 사망률이 가장 높다. 또한 ‘섬망’이라는 의식불명 상태의 돌연사가 사망 원인의 30%를 차지하며, 심장마비, 호흡마비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문재인 정부가 설치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
“테이저건 노동쟁의 등에서 사용 금지” 권고도 무시하나
이번 경찰청의 ‘테이저건 활용’ 방안은, 문재인 정부 초기 칼을 빼들었던 ‘경찰 개혁’에도 역주행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설치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에서는 노사분규 현장에 테이저건 사용 금지를 권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 8월, 쌍용차 옥쇄파업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조사결과에서 “사건 당시 대테러 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는 테러범 및 강력법 진압 등 경찰의 직무수행 및 목적 달성에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함에도 파업 중인 노조원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경찰장비의 사용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청에 “테이저건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고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으므로 집회·시위, 노동쟁의 등에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다르게 보도됐다. ‘경찰 물리력 행사기준’ 마련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분규현장에 테이저건을 활용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사실 그간 경찰은 진상조사위가 조사, 권고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정권 초기 보여주기 식 개혁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윤지선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활동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국가손배 중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쌍용차 진압 사건에 대해 올해 진상조사위가 권고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며 “하지만 과잉진압 인정 및 손배 철회 권고를 받은 경찰은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 사건들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고,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퇴직금 가압류도 10년 째 묶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유성기업 노조파괴 계획 직접 세우기도
경찰의 편파수사 규탄 목소리 높아
유성기업 노동자들 또한 경찰 공권력으로부터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 왔다. 심지어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 당시에는, 경찰이 직접 노조파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 해 5월 21일, 경찰이 작성한 ‘아산 유성기업 노조 파업 관련 정보판단 및 대책’ 문건에는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조속한 발부로 지속 압박 △사측 대상 손해배상 청구 유도 지속적 노측 압박 등의 노조파괴 계획이 담겨 있다.
▲ 경찰이 작성한 '아산 유성기업 노조 파업 관련 정보판단 및 대책' 문건 [출처: 금속노조] 같은 해 6월에는 경찰과 용역의 합동 진압 작전으로 유성기업 노동자 22명이 부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실려 간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유성기업 노조에 1억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윤지선 활동가는 “국가손배 7건 중 6건이 민주노총 사업장 관련 손해배상이었고, 그 중 1건이 유성기업이었다”며 “2011년 용역과 경찰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오히려 노조에 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 이유는 ‘잃어버린 군화’, ‘쓰다 만 최루액 통’, ‘방패 기스’ 등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경찰은 최근까지도 유성기업 노사 분규 사건에 있어 ‘편파수사’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노조파괴 공조 및 편파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고발 한 지 한 달 반이 지났고, 고소인 조사도 3주 전에 진행했는데 경찰은 아직도 유시영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11월 22일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은 순식간에 수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노조는 유시영 회장이 노조파괴 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에 6억 6천만 원을 건네고, 자신의 변호를 위해 고용한 16명의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지불했다며 유 회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은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적극 가담자였다. 경찰청장은 경찰의 죄를 인정하고 관련된 경찰 내부자 모두를 면직해야 한다”며 “또한 아산경찰서는 유시영의 증거인멸,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 신속하고도 철저하게 수사해 기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한편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권력 활용 기조 또한 강경하게 돌아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사분규 현장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강화 및 장비 적용’으로, 향후 노동계에 대한 공권력의 압박 및 억제 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사실 이는 ‘유성기업 상무의 4주 상해 사건’ 이전부터 예견돼 온 것이기도 하다. 최근 여야정의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으로 노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고,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으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거세져 온 까닭이다.
유성기업 사건 10일 전인 11월 12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의 투쟁방식에 대해 “미국이면 테러 감”이라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요청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1일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경제가 어려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투쟁이 아닌 대화, 타협, 양보, 고통 분담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