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소송 금지 특례법안 발의에 대한 손잡고 논평]
국민기본권 보장을 위한 ‘괴롭힘소송 금지 특례법’ 환영한다
1. 오늘(4일)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의 민사소송에 대해 ‘괴롭힘 소송’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특례법안이 발의됐다(대표발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하 괴롭힘소송 금지법). 괴롭힘소송의 범주는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기본권이 포함되며, 이를 행사한 단체, 개인 등을 대상으로 청구되는 민사소송을 말한다.
2. 우리는 괴롭힘소송 금지법이 향후 기본권을 행사한 국민에게 청구되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가압류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울러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국회에 요구한다.
3. 우리는 매년 기본권 행사를 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청구로 고통받는 국민과 노동조합의 사례를 알려왔다.
2017년까지 집계 발표한 결과, 국가가 집회시위에 참여한 국민과 시민단체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청구금액만 62억7천여만원에 달한다. 기업이 제기한 소송까지 더하면 피해규모는 더욱 크다. 국가와 사측이 노동권을 행사한 노동조합과 노동자 개인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청구액 누적치만 1,867억여원이다. 소송기간은 1심만 해도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이 걸릴 정도로 길다. 청구금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소송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사례도 있다. 소송에 대응하는 것만으로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에게 청구될 경우 피해는 더 심각하다.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의 경우 개인에게 최대 300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청구되기도 하는데, 이는 평범한 노동자가 쓰지 않고 벌어도 다 벌지 못하는 금액을 청구하는 것이다. 일부는 권리 행사를 포기할 경우 소송에서 취하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소송의 목적이 손해를 배상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행사를 포기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사상 손배가압류 문제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를 비롯해,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으며, 현재도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4. 민사상 손배가압류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한국정부에 개선을 권고한 지점이기도 하다.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이사회 보고서는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고 적시하며 노조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2017년 10월 발표된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권고에서는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가압류에 대해 “보복조치”라고 명시하며 “당사국의 자제와 독립조사 실시”를 권고했다.
5. 괴롭힘소송 금지법안은 시민사회의 지적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법적조치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법안은 소송의 주된 목적이 ‘보복 또는 괴롭히기’로 인정되거나 소제기로 인한 기본권 행사의 현저한 위축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각하하도록 했다. 특히, 가압류신청의 경우, 채무자가 이의를 신청해 괴롭힘 목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로써 기존에 신청자가 기본적인 소명과 공탁금만 걸면 쉽게 인정되고 집행되는 불합리한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6. 우리는 괴롭힘소송 금지 법안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행사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제기된 소송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는 점에서 헌법 수호에 더 가까운 법이라고 판단한다. 국회가 진정 헌법을 수호하는 곳이라면, 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기존 법제도에서 탈피해 기본권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괴롭힘소송 금지법안을 조속히 입법시켜야 한다.
2018년 10월 4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