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논평]연대를 손해배상 책임 주체로 만든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연대를 손해배상 책임 주체로 만든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입법’으로 노동자 권리를 지킬 것이다.

-.현대차 손배 파기환송심에 대한 손잡고 논평

 

 

노동조합의 결정을 개인, 그것도 쟁의행위를 결정한 조합원이 아닌 연대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13일 부산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두고 울산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2010년 실시한 CTS 점거파업 대해 연대자 4명 중 3인은 책임비율 15%로 두고  20억원을, 1인은 5%로 두고 공동하여 1,357,091,880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냈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20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과 2심의 판단에 대해 2023년 6월 15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손해 책임을 다시 산정하라며 돌려보낸 사건이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개인의 책임 제한을 두고 다음의 사실을 주지했다. 

첫째,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것은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이다. 

둘째, 개인들을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책임을 산정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서 불합리하다. 

 

우리는 이같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제대로 살펴본 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번 소송은 소송대상이 정작 쟁의행위를 결정한 주체가 아닌 산별노조 활동가, 정규직 대의원, 하청해고노동자이다. 

이들은 지회가 결정한 파업에 연대한 것으로 애초에 책임질 위치에 놓이지도, 쟁의행위 결정에 관여할 수도 없었다. 

소를 제기한 현대자동차 역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지회를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고 오로지 개인 29명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불법행위를 드러내는 ‘불법파견 소송’,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개별적으로 소취하할 것을 전제로 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건부 소취하를 진행했다. 조건부 소취하로 소송대상에서 제외된 당시 조합원들은 남은 소송 당사자들이 쟁의행위를 결정한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결과적으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CTS점거라는 라인을 세우는 중대한 결정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만 대상으로 남아있는 기이한 소송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권리남용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개인에게 사실상 청구금액 모두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제한을 다시 산정하는 의미가 퇴색된 판결이다. 

 

재판부는 쟁의행위와 손해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쟁의행위가 부분적으로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파업이 정상적으로 행하여 졌을 때 발생될 수 있는 통상의 손해는 위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배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손해의 범위를 비정상적인 파업수단의 사용으로 발생한 손해에 국한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손해를 모두 손해로 인정하였다. 또한 행위자의 구체적인 위법한 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대하여만 배상범위에 포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손해 전부를 손해범위에 포함하고, 이를 전제로 곧바로 책임제한에 대한 판단으로 넘어갔다.

또한 재판부는 책임제한을 50%에서 15%, 5%로 낮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20억원의 책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노동조합의 결정이 위법하다 하더라도 단결권에 의해 결정되는만큼 개인이 이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연대자인 소송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주도한 근거’라며 ’집회 사회‘, ’독려’, ‘정규직으로서의 연대‘를 언급하고 있다.

판결문 어디를 보아도, 대체 이미 결정된 점거파업에 집회 사회를 보는 것, 정규직으로서 회사의 불법파견에 저항하는 동료들과 연대하는 것이 어떻게 20억원이라는 손해와 연결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재판부는 이들의 연대행위가 20억원 손해에 미친 인과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자신하는가. 

 

그저 형사법에 따라 업무방해 방조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까지 져야 한다는 판단만이 있다. 그러나 쟁의행위는 필연적으로 손해를 전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상 단결권에 의해 결정되고, 이같은 점에서 원칙상 노조로 책임이 귀속된다는 판단을 법원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책임은 결정-주도 주체인 지회에 물으면서도 단지 연대한 개인이 ’업무방해방조’라는 기이한 이유로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노조의 결정으로 인한 책임까지 다 떠 안아야 한다고 귀결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는 결정 주체도 아닌 이들에게 책임을 전부 귀속시키는 사법부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당초 ’불법파견‘이 이 지난한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이 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원인이다. 쟁의행위의 책임은 행위주체인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져야 한다면, 사법부는 ‘불법파견’에는 어떤 책임을 묻고 있는가. 

현대자동차의 20년 불법파견에 대해 사법부는 1심에서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으며, 검찰은 이마저도 항소하지 않았다. 그런 사법부가 헌법상 노동권을 행사한 노동자에게 민형사 책임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사법부가 만들어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들에게는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는 ‘입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것이다. 

 

2025년 2월 13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