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과 국회 재표결 부결에 대한
노란봉투캠페인 제안 시민 배춘환 씨의 국회 기자회견발언문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 게 무력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진다면 민주주의의 '민‘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
저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시면 이 분들의 이름을 부르기로 약속했습니다 .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님
제주도에서 실습하다가 사망한 이민호군
구의역 김군
spc끼 임사고 사망 노동자 분들
택배 과로 사망 노동자 분들
대통령님과 오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표를 던지신 의원님들은 대답하셔야 합니다.
이 분들이 왜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바꿔달라고 말하지 못하셨는가.
그렇다면 기업들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서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하셔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은 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법이었습니다.
한국전쟁 후 초토화된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실제 주역들이 누구입니까?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이자율 올리면 올리는대로 세금 올리면 올리는대로 꼬박꼬박 내면서 아무리 열 악한 환경에서도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해낸 분들은 누구입니까?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만큼 정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어떤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노동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까? 부모들이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려고 혈안이 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의사만으로 이 나라가 굴러갑니까? 의사들 업무보는 의자는 누가 만듭 니까? 의사들 입는 가운, 환자 침대, 환자복, 의료 기기, 의약품 다 누가 만듭니까? 병원은 누가 짓습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노동 없이 가능한 것이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 부모를 자랑스러워할 수 없고, 자녀에게 노동자 를 꿈꾸어보라고 격려할 수 없습니까?
대통령님께서 사랑하시는 강아지 사료도 노동자가 만듭니다. 대통령님께서 먹고 자고 눕고 서고 걷고 다니는 모든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노동의 혜택인데 왜 감사하는 마음은커녕 노동자 들을 바퀴벌레 보듯 하십니까? 노동자들을 박멸하려고 하십니까? 노동자 한 명이 기계에 갈려 죽으면 일자리가 창출되서 좋습니까?
저는 10년전 딱 이맘 때,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에게 47억 원이 손해배상으로 청구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편지를 썼습니다.
해고자 분들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손해배상하라는 나라에서 셋째를 나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4만7천 원을 보낸다고 썼습니다. 그것은 미담을 위한 편지도 아니고 시혜성 성금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고자 하는 절규였습니다.
너무나 이 나라에 희망이 없어 보여서 제 자신에게 아 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그 불꽃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에서 세 아이를 키워야 할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 해줄 수 있을지 도대체 저는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희망의 한 조각이라도 찾기를 바란 지 10년. 오늘 이 시간. 그 희망은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계속됩니다. 국민은 5년제 단임제도 4년직도 아닙니다. 국민은 계속됩니다.
자신이 죽은 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버릴 수 없기에, 저는 계속해서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기에, 다시 희망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끝내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인 부모를 자랑스러워하고, 노동자인 내 자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노동자의 자리가 있도록 끝까지 말할 것입니다.
- 2023.12.08. 오후3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