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결과 보도자료]
주장만으로 결정, 소명절차 없는 가압류제도...노동사건에 적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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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손배가압류는 노조는 쏙 빼고 개인만 타깃으로 하는 전형적인 ‘노동가압류’ 사건의 특성을 보여줌 채권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가압류제도 절차 가압류 결정에 비해, 이의제기는 처리 기간이 15배 차이 최현환 지회장 “교섭 요구가 4억 원의 가압류 결정으로, 조합원 피해 막심해”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법적책임이 없다” 선고에도 가압류는 유지 정영훈 부경대 교수, 옵티칼 가압류 “채권자의 이익만을 중점으로 결정” 노란봉투법 거부권, 당사자 의견 듣겠다던 윤 정부...토론자리 불참
일시 : 2023. 11. 30. 목요일. 오후2시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주최 :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박주민, 우원식, 이탄희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손잡고, 전국금속노동조합 문의 : 손잡고(02-725-4777, 010-7244-5116, sonjabgo47@gmail.com |
가압류제도를 두고 절차적 특성상 채권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동사건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손배가압류를 통해 본 가압류제도의 문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주민, 이탄희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손잡고, 금속노조 공동주최)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건을 넘어 노동사건에 대한 가압류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사회를 맡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구미시의 승인도 받지 않은 철거를 시도해놓고 그것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총 4억 원의 가압류 제기를 했는데,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해 논쟁이 되고 있다”며 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는 쏙 빼고 개인만 타깃으로 하는 ‘노동가압류’
발제를 맡은 탁선호 번호사는 노란봉투법 개정의 쟁점을 놓고 봐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가압류제기와 법원의 결정이 법적 원칙에서 벗어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현 개정안은 손해배상 의무자별 책임범위 제한과 관련해 책임이 성립된 이후에 책임을 개별화해서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것, 그리고 자기책임 원칙에 따른 책임부담을 법에 명문화하고자 한 것의 의미가 있다”며 최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파업과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반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대법원 판결 등 최신판례를 들어 “최근 판례에서도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탁 변호사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철거를 두고 구미시의 승인을 받지 못한 점에서 한국옵티칼의 손해배상 주장의 경우 책임이 성립되지도 않았고, 따라서 책임을 개별화한 것 또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채권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가압류제도 절차
탁선호 변호사는 가압류 제도는 채권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절차라고 소개했다. 가해자의 재산이 없어지는 상황에 대비해서 집행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절차로 신속성, 기습성, 재량성의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가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않도록 결정하고, 채무자 모르게 결정하고, 소명의 정도를 전적으로 법관에 재량에 맡기는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동가압류 사건에서는 가압류를 제기하고 결정되기까지 당사자인 노동자는 가압류 사실을 알기 어렵다. 따라서 결정을 통보받는 노동자들이 항변할 기회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탁 변호사는 ”이런 특징이 사용자로 하여금 가압류제도를 활용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게 한다고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채권자가 제출한 서면만 가지고 심리하고, 소멸절차가 없다는 점, 이의제기를 신청해도 재판기일이 잡히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해 공탁금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가진 자본이 적은 노동자들은 공탁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점 등을 두고 ”가압류제도는 채권자인 기업에 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절차적 특성을 가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가처분은 법원 실무에서 어느 정도 노동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편, 노동가압류의 경우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며 민사상 재산거래에서 발생한 사건과 동일하게 판단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탁 변호사는 ”노동사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채권채무관계로 바로 치완할 경우 사측의 주장만 반영되는 가압류 제도의 특성상 노사대등원칙에 입각한 자주적 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노동가처분과 마찬가지로 노동가압류에서도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가압류 결정에 비해, 이의제기는 처리 기간이 15배 차이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소명기회가 없고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지만, 가압류 결정에 비해 이의제기 처리기간은 무려 15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점도 주요한 쟁점으로 지적됐다. 탁 변호사는 ”2010-2019 법원의 가압류 신청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을 분석한 결과 평균 10일이었지만, 가압류 이의제기 사건의 처리기간은 평균 150일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한국옵티칼의 경우도, 9월 제기한 이의제기가 내년 1월로 재판기일이 밀렸다“며 ”이 기일이 또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교섭 요구가 4억 원의 가압류 결정으로
최현환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교섭을 통해서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단 한 번의 교섭을 응하지 않았다“며, ”교섭을 요구한 게 법을 악용해 가압류라는 카드를 들고 생존권을 위협할 일인가“를 반문했다. 이어 최 지회장은 ”회사가 가압류한 집과 임차보증금은 자녀들과 함께 살기 위해 평생을 모아 마련한 집이고, 이제 막 결혼을 해서 신혼 살림을 꾸미며 살 집이며,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가까이 이사흘ㄹ 해야 할 전세보증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합원들이 당면한 가압류 현실을 알렸다.
”법적책임이 없다“ 선고에도 가압류는 유지
한편, 본안 소송인 손배재판에서 법적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어도 가압류가 해지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9년 정리해고 반대파업으로 420억원의 손해배상소송과 8억9천여만원의 가압류를 경험한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당시 퇴직금 압류만 6억 7천만 원(67명), 부동산 압류만 2억 2천만 원(22명), 총 8억 9천만 원의 가압류가 있었다“며 ”본안소송인 손배소송 1심과 2심에서 법적 책임이 없음이 확인된 대상자들이 있음에도 가압류된 퇴직금과 부동산은 풀리지 않았고 경찰의 계속된 항소와 상고로 ‘피고’로 재판을 받았다“고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국가손배 대상자로 포함됐던 2명의 사망자의 경우 사망진단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피고에서 제외됐다“며 개별 당사자가 손배가압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옵티칼 가압류 “채권자의 이익만을 중점으로 결정”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방식의 가압류 결정도 가능한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정을 한 이번 사건의 법원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능한 한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채권자의 이익도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일방적으로 채권자의 이익만을 중점으로 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결국은 “쟁의행위 정당성을 인정하는 범위가 좁다는 점이 계속적으로 노동권 행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향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도 소송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정 교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모회사인 니토덴코가 소재한 일본 노동법학계의 통설적 이해는 경영에 관한 사항이라도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고용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 경우 단체교섭의무가 있으나 쟁의행위도 정당하다는 데 이론이 없다”는 점, “니토그룹 역시 국제인권장전, ILO의 노동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대한 ILO선언에 따른 중핵적 노동기준, UN의 비즈니스와 인권에 관한 지도원칙 등 인권에 관한 국제규범을 지지한다”는 점을 들어 본사인 니토덴코에 “사업활동을 하는 나라, 지역의 법령, 규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모순이 있는 경우에는 국제적인 인권원칙을 존중하겠다는 다짐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사자 의견 듣겠다던 윤 정부...토론자리 불참
한편, 이날 법무부는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8일 국무회의 전 노란봉투법에 ㄷ한 거부권 행사를 유예하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던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예고된 시점 전 당사자들과 토론할 수 있는 자리인 이번 토론회조차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회를 맡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정부는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식적인 토론자리를 마련하거나 토론에 나선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