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등 노사문제를 ‘교섭’으로 풀도록
노란봉투법을 즉각 제정하라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선 2012년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소 대법선고에 부쳐-
오늘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특별교섭을 하기 위해 2012년 진행한 쟁의행위를 두고 제기된 손해배상소송 3건에 대해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민사1부(노태악 대법관)는 오늘 선고한 2017다49013, 49020, 49037 사건에 대해 “‘고정비용’ 상당 손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 부분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1, 2심에서 노조 측에서 제기한 ‘쟁의행위 이후 추가근로, 연장근로 등을 통해 고정비 손해 부분을 회복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을 파기해, 매출감소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 선고 역시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사측의 주장만으로 제기되는 손배소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냈다. ‘매출 감소가 실제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노조 측의 상식적인 주장마저 그간 1,2심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사측에서 주장한 손해를 입증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인 노동자들에게 과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손배소의 폐해를 보여준다. 다행히 이 부분이 대법 선고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이 역시 상고를 했기에 받을 수 있는 판결이었으며,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다.
이마저도 법률비용을 감당해 ‘상고’를 했기에 파기환송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같은 시기 2심 판결이 있었던 20억원, 70억원, 90억원 등 천문학적 금액의 손배소는 인지대를 마련하지 못해 상고조차 하지 못했다. 기업과 노동권을 행사한 노동자가 민사소송을 두고 다툰다는 것은 시작부터 공정하지 못한 ‘쩐의 전쟁’인 셈이다.
조건부 소취하 등 ‘권리남용’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 사법부 판결의 한계 역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세 건의 사건 역시 법원은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취하를 조건으로 ‘근로지지위확인소송’, ‘임금소송’ 등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교섭권을 빼앗기고, 파업권을 부정당한 노동자들은 회사의 불법을 밝히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정당한 법적 제도적 조치마저 포기해야 했으나, 이같은 점을 버젓이 알고도 법원은 ‘권리남용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권리를 포기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1심과 2심이 진행되는 동안 조건부 소취하를 했지만, 현대차는 지회를 남겨두었다. 현대차의 불법을 드러내지 못하게 손배소를 악용해 목적을 달성하고도 소송 자체를 취하를 하지 않은 셈이다. 이같은 명백한 권리남용의 행태를 드러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불법파견이라는 명백한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촉발된 원하청 노사분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씌우는 손배소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거부권을 고집하는 것은 불법파견과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독하고 엄단하지 못하면서 노동자의 저항권만 축소하고자 하는 노골적인 반헌법적 행태다.
현대차 비정규직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소 사건이 11년, 13년 진행되는 동안 사법부는 한결같이 ‘단체교섭 요청 등이 지나치게 무리한 주장이라고 하기 어려움에도 계속적으로 미온적이고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됐다’며 현대차의 책임을 인정했다.
답은 명확하다. 국회는 불법파견 등 노사문제를 ‘교섭’으로 풀도록 노란봉투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2023년 6월 29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