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위해 ‘민법’을 앞세워 ‘헌법’을 침해하려는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을 규탄한다
오늘 노조법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여당은 연일 16일 통과된 환노위 통과안이 ‘민법’을 침해하고, 기업경제를 흔든다고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환노위 통과안을 잘 뜯어보면, 철저히 노동자들이 기나긴 투쟁을 통해 얻어낸 ‘판결’이 있는 부분만 반영되었다.
판례가 있는 부분만 조항에 반영했다는 점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입법을 통해 법저울의 기울기를 바로 잡는 일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만이 가능했다.
거대기업에 맞선 비정규노동자들의 20년 투쟁, 최장 13년의 불법파견 소송과정을 버텨 내고서야 겨우 ‘원청이 사용자’라는 사실이 입법에 반영됐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6년동안 행정소송한 결과, 단체교섭의 주체로 ‘원청’을 지목하게 됐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은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언정 옳았다. 그렇게 피워낸 판결 하나 하나가 환노위 통과안의 근거가 됐다.
그런 점에서 환노위 통과안은 한계가 있다. 투쟁을 통해서 얻어내지 않고서는 입법부가 나서서 헌법이 부정되는 현실을 관리감독하고 바로잡을 능력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머자도 정부여당은 법적 근거마저 무시한 채 무조건 ‘불법을 조장’한다는 가짜뉴스만 생산하기 바쁘니 한심할 따름이다.
둘째,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재계다.
‘민법’을 앞세워 ‘헌법’을 침해한 것은 누구인가. 20년 전, 손배가압류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배달호 열사는 손배가압류제도를 “가진자의 법”이라 명명했다. 우리가 경험한 손배가압류 제도는 헌법의 ‘노동권’을 늘 하위법인 ‘민법’으로 가로막아왔다. 노동자들은 헌법이 침해되는 현실을 ‘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투쟁을 해왔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도 참고한 바 있는 손잡고의 손배소송기록아카이브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수집된 손배가압류 소송기록에서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한 원인의 대부분은 ‘기업의 불법행위’로부터 촉발했다. 파견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근로기준법 위반, 경영실패로 인한 정리해고의 책임전가 반대 등 사법부도 손배사건에서 노동자들이 기업의 불법에 맞서 노동권을 행사했음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저항의 방법으로 노동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더욱이 우리가 경험한 ‘기업의 불법행위’는 모두 정부의 관리감독 소관이다. 즉,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대다수의 손배사건에서의 쟁의행위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기업의 불법행위’를 방관한 정부가, 고용노동부가, 검찰이, 국회가 노동자들에게 ‘불법’을 논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노란봉투법’ 표결을 두고, 기업을 ‘피해자’,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를 ‘가해자’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불법’이라고 매도한 이정식 장관, 윤석열 정부야말로 기업을 두둔하고자 명백히 ‘헌법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노동권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노조법개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우리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손잡고가 손배사업장 노동현장들과 함께 지난 9년동안 노란봉투법을 통해 강조했던 바, 현행 노조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큰 폐해 중 하나는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다. 이 부분은 배제된 환노위 통과안은 개인이 노동권 행사를 가로막을 소지를 여전히 담고 있다.
우리는 부족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또 하나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남길 수 있도록 노동현장과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기울어진 법체계에 맞서 일궈낸 판결들이 모여 재차 헌법에 준하는 노조법이 되도록 법제도개선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기업의 불법을 가리지 못하도록, 노동권을 침해하는 현실을 방관하지 못하도록 감시해나갈 것이다.
2023년 2월 21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